"앞산 9경 구경 갈래?"..'코로나 시대' 대구 앞산의 재발견

김정석 2021. 2.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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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앞산전망대 전경. 대구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김정석기자

직장인 정은혁(31)씨는 매달 두어 차례 대구 남구 앞산전망대에 오른다. 예전에는 국내외 여행을 다니거나 친구들과 식사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탓에 혼자 야외에서 즐기는 활동에 익숙해졌다. 천천히 올라도 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앞산전망대는 부담스럽지 않아 제격이었다.

대구시민의 대표 휴식처인 앞산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하면서도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날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 시대 ‘안전 여행’ 명소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13m 높이의 ‘해넘이전망대’도 새롭게 문을 열어 즐길 거리를 더했다. 해넘이전망대는 115㎡ 규모 공간에 60여 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타워형 전망대다.

대구경북연구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안전 여행이 가능한 앞산을 주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 16일 대경CEO브리핑 제635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앞산 관광 시즌Ⅱ를 준비하자!’를 통해 앞산과 주변 문화·생태·관광자원을 연계한 관광 활성화, 지역 정체성 강화, 도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펴낸 대구경북연구원 김중표· 김기철·이춘우 박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의 형태가 국외 여행에서 국내 여행으로 전환돼 ‘안전 여행’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며 “관광객들은 근거리(Short distance), 야외활동(Activity), 가족단위(Family), 자연친화(Eco-area), 인기 관광지(Tourist site), 관광 수요회복 조짐(Yet) 등 ‘S·A·F·E·T·Y’ 여행트랜드를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 앞산 자락에 위치한 해넘이전망대 모습. 사진 대구 남구

그러면서 “이제까지 앞산 주변 지역은 시민 휴식공간의 역할에 비해 관광 목적지로서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일부 자원에 방문객이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지역거점 조성과 지역 특화자원 발굴, 스토리텔링, 경관디자인을 통한 테마 콘텐트 개발과 특화자원 간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앞산 9경’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①앞산전망대 ②고산골공룡공원 ③케이블카 하늘길 ④앞산의 벚꽃 ⑤앞산자락길 ⑥산성산 일출 ⑦왕건호국역사터 ⑧앞산 맛둘레길 ‘앞산 8경’에 ⑨해넘이전망대를 추가해 ‘앞산 9경’을 설정하자는 설명이다.

대명동에 얽힌 역사도 스토리텔링화해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앞산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역사를 알 수 있는 문화자원의 보고이며 특히 왕건, 명나라 장수 두사충(杜師忠) 등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자원이 많아 이를 활용한 가치 있는 관광자원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설정한 '앞산 9경' 현황. 사진 대구경북연구원


‘대명동’이라는 지명부터 대명단(大明壇)이 있었던 곳이라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대명단이 조선에 귀화한 명나라 장수 두사충이 만든 제단이어서 그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두사충은 장차 명나라가 망할 것을 알고 조선에 귀화했지만, 조국 명나라를 그리워하며 아호를 ‘명나라를 그리워한다’는 의미의 모명(慕明)으로 바꿨고, 최정산 아래 좋은 터에 대명단을 쌓아놓고 매달 초하루마다 명나라 황제가 있는 북쪽을 향해 절을 올렸다.

또 연구진은 앞산이 대구의 새로운 도시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매력적인 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시대 안전 여행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과 다채로운 역사 스토리뿐 아니라 먹거리와 체험활동도 내세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앞산 주변 지역 관광거점 중 안지랑곱창골목의 방문객 수가 현저히 많고, 고사골 메타세콰이어길이나 신천 등 환경·생태 자원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빨래터공원 리모델링으로 상부공원과 주차장 확보 ▶연극·뮤지컬·만화·웹툰·상징 조형물 콘텐트 개발 ▶가로경관 디자인 도입해 휴식과 힐링공간 조성 ▶앞산 9경 재설정과 앞산 연계 체험관광코스·대명단 이야기길 조성 등 세부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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