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부른 文, 선거 앞두고 "전국민 으쌰으쌰 지원금 주자"

심새롬 2021. 2. 1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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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대표께서 최근 ‘신복지 체제’ 비전을 제시하고, ‘상생연대 3법’을 주도해 나가는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추진 중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통령이 직접 호응한 것이어서 정치권에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코로나 진정시 경기와 소비진작용 지원금 건의에 대한 전폭적 수용의 의미"(최인호 수석대변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야당은 “국민 혈세로 전 국민을 어린아이 다루듯 우롱한다”(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고 비난했다.


靑 “3월 편성” 거론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본관에서 진행된 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는 1시간 46분 동안 진행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종료 후 “대통령은 ‘온 국민이 으쌰으쌰 힘을 내자’는 차원에서 국민을 위로하고 동시에 소비도 진작시키는 목적의 지원금을 강조했다”고 브리핑했다.

지난 14일 당·정이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넣지 않기로 합의한 지 닷새 만에 다시 전 국민 지급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발언이다. 현재 논의중인 4차 재난지원금외에 추가로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한 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대통령께서 작년 9월에 저를 포함한 당 4역을 이곳에 불러주셨는데 오늘은 지도부 전원을 초청해 주셨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 취임 후 민주당 지도부 전원이 청와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한편 청와대와 민주당은 지급 대상·금액 논의가 한창인 맞춤형 4차 지원금에도 가능한 많은 돈을 투입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 본인이 "최대한 넓고 두텁게 지원돼야 할 것"이라며 "당·정·청이 최대한 사각지대를 줄여 달라"고 말했다. 구체적 지급 시기·규모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 규모는 정리되지 않았지만 3월 편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소득 실시간 파악”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맞춤형 지원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다”며 “기존 2차, 3차 재난지원금의 관점을 유지하고 강조하다 보면 자칫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 예상되므로 하위계층 지원의 근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고 밝혔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47일 남긴 시점에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모여 한 목소리로 “재정 투입”을 강조한 모양새다. 또 이같은 간담회 논의 내용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같은 시간에 각각 발표했다.

당·청은 이날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소득파악 시스템’ 마련도 논의했다. 강 대변인은 “맞춤형 재난지원금은 소득과 비교해 지원해야 하는데, 소득 파악이 안 돼 일률적으로 지급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수의 민주당 측 참석자가 “현재의 정액 지급 대신 정률 지급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대통령에 건의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에서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김종민ㆍ염태영ㆍ노웅래ㆍ신동근ㆍ양향자ㆍ박홍배ㆍ박성민 최고위원, 박광온 사무총장, 홍익표 정책위의장, 오영훈 당대표 비서실장,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서훈 안보실장, 최재성 정무수석 등이 함께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서는 당·청의 발표에 대해 “보궐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전형적인 선거용 살포 카드다”(수도권 재선), “국민 사기 진작용이 아니라, 성추행 사태로 이번 보궐 선거를 초래하고도 뻔뻔하게 후보를 낸 민주당 사기 진작용이다”(원내 관계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 공세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이날 청와대로 출발하기 직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선거가 가까워지면 국민의 고통을 외면해야 옳다는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선거용”이라고 주장했다.


‘신현수 사태’ 아랑곳 않고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정국을 흔든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 중대범죄수사청 추진 등에 대해 이날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 문건에 대한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의제가 아닌, 국회에서 할 얘기라 대통령 간담회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의 사의표명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날 간담회에선 국정운영에 대한 자화자찬성 발언이 많이 나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금처럼 우리 당이 대표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잘 단합하고, 당·정·청이 활발한 논의로 한마음을 만들며 이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때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역대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당·정·청"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우리 당'이라 부르며 친근감도 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 참석자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참석자가 많아 신현수 민정수석 얘기 등 무거운 현안을 거론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도시락 오찬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야당에선 당장 “엄중한 시기에 고작 국민들 속 긁는 소리 하려고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나”(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재난 지원금을 둘러싼 민주당과 홍남기 부총리와의 갈등이 화제에 올랐고, 일부 참석자가 “정권 레임덕처럼 비쳐질 수 있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의견을 제기, 문 대통령이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심새롬·송승환·손국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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