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숫자'에 막힌 나경원 "실무자하면 되겠다"

곽우신 2021. 2. 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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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2차 맞수토론.. 조은희 "나경원, 섬세하진 않네?"

[곽우신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왼쪽) 후보와 조은희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우리 조은희 후보, 지난번 오세훈 후보와 토론할 때랑 사뭇 다르시군요."

나경원 국민의힘 경선후보가 "제가 보니까 확실히 1대 3인 것 같다"라며 자신을 제외한 후보들이 모두 자기만 공격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조은희 후보는 "사회자가 굉장히 격하게 하라고, 정진석 공관위원장도 너무 심심한 거 하지 말라고 해서..."라고 답하자, 나 후보는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으시고, 제가 보니까 굉장히 사뭇 다르다는 말씀드린다"라고 꼬집었다.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19일 오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경선 제2차 맞수토론' 2부는 지난 1차 때와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1차 2부에서 맞붙었던 오신환-조은희 후보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등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관련 기사: 덕담 주고받으며 박영선 동시에 때린 조은희-오세훈). 그러나 19일 나경원-조은희 후보의 공방엔 불꽃이 튀었다.

공격은 조은희, 수비는 나경원이었다. 조은희 후보는 지난번과 달리 나경원 후보의 답변을 끊고 들어가며 집요하게 공격했다. 대답 중간에 끼어들어 끝까지 대화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웃으며 넘어가던 나 후보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었다. 잠시 침을 삼키며 침묵하는 등 어색한 공기가 흐르는 장면이 여러 번 전파를 탔다.

"정확한 숫자는 제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조은희 후보는 "여기 이 자리에 나경원 후보와 나란히 서니, 같은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10년 전 그때 그 인물로 승부를 하면 여전히 질 수밖에 없다"라며 "시대정신이 변하면 사람도 바뀌어야 된다"라고 자신이 더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조 후보의 주요 공략 포인트 중 하나는 '숫자'였다. 재원 규모나 각종 통계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집요하게 물었다. 나 후보가 뭉뚱그려 추정해 이야기하거나 근사치를 답하면, 그 자리에서 틀렸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아는 데이터를 나열하는 식이었다. 예컨대, 서울의 출산율을 물은 뒤 나경원 후보가 "0.9도 안 된다"라고 하면 조 후보가 "0.71~0.72다"라고 보충하거나, 나 후보가 조은희 후보의 주택공급공약을 언급하며 "1년에 10만 호 이상"이라고 언급하면 "13만 호"라고 그 자리에서 바로잡는 식의 핑퐁이 반복됐다.

이외에도 조 후보는 나 후보의 아동수당 공약을 비판하며 "0세에서 5세 아동이 몇 명인지 아시느냐"라고 물으며, 나 후보로부터 "정확한 숫자는 제가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라는 답을 끌어냈다. 이에 조 후보는 "오신환 후보가 허경영(에 빗대) 나경영 이렇게 (이야기)했을 때, '그래, 나는 나경영이 될 거야'라고 언론에 이야기하셨더라"라며 "저는 그게 메타포(은유)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 후보 공약의 재원을 쭉 보면 정말 허경영이 될까 걱정된다"라고 힐난했다.

조 후보는 "(나 후보의 선거구호가) 독하게, 섬세하게인데 섬세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계산이 섬세하지 않다" "교육대책이 섬세하지 못하다"라는 지적이다. 나 후보는 "그것만으로 전부 하겠다는 건 아니다" "전체는 계산하지 않았지만..."이라며 보충 설명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조 후보의 파상공세에 밀린 나 후보는 수비에 전념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 후보는 부연을 통해 자신의 공약을 채 설명하지 못한 채 말이 끊기기 일쑤였다.

"숫자 세세한 것은 밑에 일하는 실무자가 잘 알면 된다"
 

그렇다고 나경원 후보가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너무 숫자를 잘 아시니까 저것하시면 되겠다"라더니 "시장이 숫자를 물론 정확하게 아는 것도 좋지만, 그 숫자 세세한 것은 사실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잘 알면 된다"라고 꼬집었다. 구체적 데이터를 나열하는 조은희 후보가 시장감이 아니라 그 밑의 관리형 실무자감이라는 조롱이다. 조 후보는 "아, 제가 실무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조 후보의 주택공급 공약에 대해 "너무 주택난이 심하니까 이번에 집을 많이 공급해야겠다는 의욕이 굉장히 강하셨던 것 같다"며 현실성 부족을 지적하는 등 반격의 기회를 잡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조 후보의 대답에 효과적으로 재반박하지 못한 채 발언시간을 다 써버리기도 했다. 

토론회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시청자들의 분위기도 과열됐다. 토론회가 생중계된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는 "조은희 잘한다" 등의 댓글과 "예의가 없다" "너무 끼어드는 것 아니냐"는 댓글들이 교차하면서 각 후보 지지자끼리 '글싸움'이 붙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토론회가 끝날 때마다 당원과 시민 1000인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의 ARS 투표 결과를 고지한다. 이번 토론회에서 토론평가단의 선택은 나경원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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