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예능 속 '남산 뷰' 집의 반전..84세 노인 등쳐 지었나

권혜림 2021. 2. 19. 1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캡처]
[지난해 11월 방송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캡처]

'더블 역세권, 남산타워 뷰, 냉장고·세탁기·건조기·의류 관리기 풀옵션'.
지난해 11월 의뢰인에게 집을 구해주는 지상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구 신당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소개하며 나왔던 매력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이 다세대주택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84세의 한 노인이 “피 같은 전 재산으로 지어진 건물”이라며 경찰에 건축업자를 고소하면서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건축업자의 행방이 묘연해 수사는 답보 상태다.

19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8월 김모(84) 할머니가 다세대주택 건축업자 A씨 부부를 상대로 낸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건축업자 A씨 부부를 2018년 가을 처음 만났다. 왕래가 없는 여동생을 제외하곤 가족이 없는 김 할머니를 A씨 부부는 극진히 대우했다. A씨 부부는 과일과 반찬 등을 가져다주며 김씨에게 ‘할머니’, ‘어머니’라 부르면서 환심을 샀다고 한다.

그러던 중 A씨 부부는 김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집을 짓는 데 건축비가 부족하니 돈을 빌려주면 갚겠다”는 것이었다. 다세대주택 일부 세대가 팔리면 빌린 돈을 바로 준다고 했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완공된 건물의 일부 세대를 등기 이전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혈혈단신인 김 할머니에게 A씨 부부는 자식과도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김 할머니는 A씨 부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김 할머니는 2019년 4월 1억 5000만원을 A씨 부부에 빌려줬다. 이후에도 A씨 부부가 “공사비가 부족하다”고 해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더 줬다. 그렇게 김 할머니가 A씨 부부에게 빌려준 돈은 전 재산이었던 2억 3500만원이다.

A씨 부부는 김 할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월 이자 2%, 변제기한 2019년 8월’이란 계약서도 썼다. 돈을 빌린 A씨 부부는 처음 두세달 정도는 할머니에게 이자를 꼬박꼬박 지급했다. 이후 이자가 끊겼지만 김 할머니는 A씨 부부와의 관계를 생각해 독촉하지 않고 집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A씨 부부가 지은 건물은 지난해 2월 완공됐고, 9개월 후인 11월 방송을 탔다. 총 13채 가운데 3채가량은 매매가 이뤄졌다.

건물은 완공됐지만 A씨 부부는 김 할머니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약속했던 등기 이전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A씨 부부는 김 할머니와의 연락을 갑자기 끊었다고 한다. 전 재산을 빌려준 김 할머니는 더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평소 다니던 성당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을 이어가던 김 할머니는 결국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김 할머니는 경찰에 두 차례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A씨 부부 중 부인만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고, A씨는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A씨는 경찰에 자신이 강원도에 있다며 “곧 돈을 갚겠다”고 했다가 또다시 잠적했다.

김 할머니 외에 "A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또 다른 고소장도 중부경찰서에 접수됐다. 고소인은 A씨에게 3000만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소재 파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권혜림·나운채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