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10명 이상 사망"..'포스코 특별감독' 칼 빼든 노동당국

김정석 2021. 2.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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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포스코 포항제철소 청년 비정규직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청년 전태일,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등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전 9시40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내 원료부두. 협력업체 소속 A씨(35)가 동료들과 함께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가 기계 점검을 하고 있었다. 철광석을 옮기는 언로더(크레인)가 고장을 일으켜서였다. A씨가 점검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언로더가 작동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컨베이어 벨트 사이의 틈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A씨가 현장에서 살펴보던 컨베이어 벨트 위 언로더는 원료부두에서 철광석을 하역하는 설비이다. 폭 2m가 넘는 거대 장비여서 교체는 물론이고 점검을 할 때도 반드시 멈춰 세워야 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사망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포스코와 하청업체 직원이 10명 넘게 숨졌다. 최근 사고로부터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9일과 23일에도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사망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무너진 포스코의 안전보건시스템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며 “제대로 된 처벌과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대해 노동당국이 특별감독에 나섰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1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대한 특별감독을 오는 4월 13일까지 8주간 실시한다”고 밝혔다.

포항제철소는 최근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9일 협력업체 근로자가 집진기 배관 수리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한 데 이어 같은 달 23일 협력업체 근로자가 제철소 내 교통사고로 숨졌다. 2개월 뒤인 이달 8일에는 컨베이어 롤러 교체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대구노동청은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40명을 투입해 8주간 대대적인 특별감독을 벌인다. 첫 3주간은 포항제철소 전반에 대한 감독을 실시하고 나머지 5주간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작업주체를 대상으로 밀착특별감독에 나선다. 정비·수리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절차다.

김윤태 대구고용노동청장은 “포항제철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망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보건시스템에 대한 분석과 근원적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 포항지청도 지난해 12월 포스코 노동자 사망사고가 2건 연속 발생한 후 3주간 포스코와 55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감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 331건이 적발됐다. 331건 중 위반 사항이 엄중한 220건은 형사입건했다.

이와 관련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17일 잇따르는 안전사고에 대해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지난 16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최근 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현장을 방문, 원료 컨베이어벨트에 올라가 설비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회장은 16일 포항제철소 원료부두를 방문해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포항제철소 원료부두는 지난 8일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 컨베이어 롤러 교체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한 곳이다.

최 회장은 “포스코는 이전부터 안전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하고, 안전 설비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며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위험작업에 투입된 근로자들에게 위험 여부를 감지해 구조신호를 보내도록 설계된 스마트워치 1300여 대를 지급한 데 이어 1400여 대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대국민 사과 하루 만인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보내 논란이 일었다. 평소 앓고 있는 지병 때문에 참석이 어렵다는 사유였다. 그는 2주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서울 한 정형외과의원 진단서를 함께 첨부했다. 산재 청문회 증인 불출석을 통보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는 오는 22일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최 회장을 비롯해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게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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