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 이야기] 공시가격 현실화와 조세법률주의

2021. 2. 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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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은 '공시지가 논란의 시즌'이다.

표준지공시지가를 토대로 한 전국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4월 말 발표 예정이다.

적정 조세 부담을 산정하기 위해 세율과 과세표준은 상호 고려를 통한 길항(拮抗)관계에서 정해져 과세 표준을 구성하는 공시 가격을 현실화시킨다면 세율은 그에 상응해 낮춰야한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가져오는 여러 파급 효과를 고려하는 견미지저(見微知著)의 지혜를 궁구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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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매년 1~2월은 ‘공시지가 논란의 시즌’이다. 2월 1일 결정·고시된 2021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10.37%의 상승으로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도별로는 서울 11.41%, 광주 11.39%, 부산 11.08%, 대구 10.92% 등 대도시들이 앞다퉈 공시지가를 견인해 나가는 형국이다. 표준지 공시지가를 토대로한 전국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 가격은 4월 말 발표 예정이다. 정부가 매년 내놓는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의 과세표준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지역 건강보험료의 부과액 산출과 기초연금 대상자,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판단기준으로도 작용하는 등 60여종의 세금, 준조세, 부담금을 매기는 잣대가 된다.

정부는 작년 11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현실화율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작년 4월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부동산의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도 했다. 작년 부동산 3법의 개정에 의해 주택에 관한 최고 세율이 취득세제는 12.5%, 보유세제는 7.2%, 양도세제는 82.5%로 급등한 터에 공시가격마저 치솟아 다주택 보유자는 세금 융단폭격에 직면하게 됐다. 조정대상지역 내에 집 한 채를 보유한 퇴직자들이 세금 부담에 거처를 옮겨야한다는 조소(嘲笑)마저도 이제는 가상 시나리오만이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부동산공시법을 기본 법령으로 해 토지,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간 서로 다른 규칙을 구비하고 있다. 공시가격 산정방법은 토지의 경우 전문감정평가업자가 조사·평가한 후 전문 감정평가업자가 검증하고, 단독주택은 한국감정원에서 조사·산정 및 검증을 모두 담당하며, 공동주택은 한국감정원에서 조사·산정하고 별도의 검증 절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종전에는 단독주택의 표준 가격을 전문 감정평가사가 조사·평가했으나 현행 제도는 한국감정원 직원이 조사·산정하도록 변경됐고, 단독주택의 개별가격의 검증 업무도 종전에는 전문 감정평가사에게 위임됐던 것이 한국감정원 직원의 검증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에 있어서 한국감정원이 전문 감정평가기관이 아닌 부동산 가격 조사 기관으로 법적 지위가 변경된 것도 주목을 요한다. 결국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 가격은 가치 기반 평가에 의한 객관적 가격이 아닌 조사·산정과 시세반영율조정에 의한 주관적 가격으로 격하됐고 제대로 된 검증과정도 갖추지 못해 부동산 공시법상 적정가격과는 동떨어지게 됐다.

우리나라 공시가격의 기원은 기준지가고시에 대해 정한 1973년 국토이용관리법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후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한 건설부의 기준지가, 지방세법상 내무부의 과세시가표준액, 국세청이 주관하는 기준시가 등이 개별적으로 운용돼오다가 1989년 지가공시법의 제정으로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가산정을 하되 법정 목적에 따른 가감이 가능하도록 해 다원화된 지가 체계를 일원화했다. 2005년 위 법률은 부동산공시법으로 전부 개정됐다가 2016년에는 부동산공시법에서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이분법 됐고, 2020년 개정에서는 정부가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 및 연도별 달성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근거가 추가로 신설됐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공시제도가 일원화된 지가산정제도로 안착했고, 다양한 행정 목적의 통일적 기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공(功)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여전히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적정한 조세부담을 산정하기 위해 세율과 과세표준은 상호 고려를 통한 길항(拮抗)관계에서 정해지므로 과세표준을 구성하는 공시 가격을 현실화시킨다면 세율은 그에 상응해 낮춰야 하는데 양자를 동시에 급등시키는 것은 조세정책의 역주행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것도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인위적으로 올려 잡아 각종 제세공과금의 전면적 상승의 연쇄 효과를 유발시키는 것은 우회 증세로서 헌법 제59조의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도 주목해야 한다. 또한, 대다수 국민들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검증절차조차 불비된 한국감정원의 조사·산정 금액에 의해 정해지는데, 이에 대한 별도의 검증절차를 창설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공시가격 검증 주체를 한국감정원이 아닌 제 3의 기관으로 지정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공시가격 결정은 평가의 영역이므로 적절한 법률적 통제를 가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그대로 조세부과의 기준으로 차용한다면 조세 법률주의의 기본적인 취지가 몰각될 수 있으므로 개별세법에서 공시가격을 가감 할 수 있도록 하되 그 가감의 폭을 법률로써 정하는 대안을 생각해 봄직하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가져오는 여러 파급 효과를 고려하는 견미지저(見微知著)의 지혜를 궁구할 시점이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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