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후 2주 아들 죽인 엄마 "남편이 유전자 검사 요구"
전북 익산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 사건과 관련해 엄마 A씨(22)가 회원 5만 명이 넘는 출산‧육아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는 남편과 불화를 암시하는 고민을 수차례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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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유전자 검사 요구” 불화 있었나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부터 엄마들이 주로 모인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에서 ‘인기 게시물 작성 멤버’로 활동하며 가족 관련 글을 수차례 올렸다.
A씨가 해당 그룹에 올린 글에서는 남편 B씨(24)와 불화가 있던 정황을 엿볼 수 있다. A씨는 첫째 딸이 태어난 직후인 2019년 12월 ‘#임신산후우울증’이라며 “남편이랑 멀어진 기분이 든다. 남편이 (나를) 무시하는 거 같고 신경도 안 쓴다. 남편은 술을 항상 달고 살아 혼자가 된 기분이다. 우울증이 온 건지 몰라도 너무 외롭다”고 적었다.
둘째 아들 출산 직전인 지난달에는 “남편이 술 먹으면서 첫째랑 둘째가 자기 자식이 아니고 다른 남자의 아이 같다며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며 “그 혈액형이 확률적으로 자식들에게서 나올 수 없다며 사람 보채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도 가정불화 관련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 사이에서 불화가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다”면서도 “유전자 검사 등 아동학대와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 가정사 부분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가정에선 과거 “아내가 남편에게 맞았다”는 가정폭력 신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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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유증으로 홧김에 폭행”
A씨는 둘째 아들을 낳은 당일인 지난달 27일에도 해당 SNS 그룹을 찾았다. “오전 6시 7분 둘째 아들을 출산했다”면서다. A씨가 올린 이 글에는 현재 “이런 글까지 올려놓고 아이를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는 회원들의 비난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A씨는 아들 출산 후 “제왕절개 수술을 한 부위에서 피가 계속 난다”며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도 여러 차례 적었다. 특히 경찰이 아들에 대한 폭행이 있었다고 밝힌 이달 초부터 지난 7일 사이에는 관련 글을 두 차례 올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아들을 낳고 몸이 안 좋아 (홧김에) 아이를 때렸다는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 9일 익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침대에 던지는 등 폭력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계속 울고 분유를 토해서 때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아들을 때린 뒤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스마트폰 등으로 ‘멍 빨리 없애는 방법’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부부에게 아동학대중상해·폭행·살인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관련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서로에게 아이의 사망 책임을 떠미는 태도를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즉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다면 사망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검 소견을 토대로 이들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 방지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아이에 대한 구호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채혜선 기자, 전주=김준희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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