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오진 의사, 1분 면담에 좋아진다고만.." 남편 심경

김지은 2021. 2. 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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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대학병원 의사의 오진 때문에 잘못된 치료를 받다 아내를 잃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남편의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 A씨는 “많은 분들의 관심에 감사하다”면서도 “초기에 병원을 옮기지 않은 이유는 의사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36세 아내가 대학병원의 오진으로 사망했습니다. 글 작성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여러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낮에는 직장 생활, 저녁에는 육아로 부모가 된다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저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아내의 부모님은 몸이 편찮으시다. 가까운 지인분이 저 대신 아이를 돌봐주시고 있다. 낮시간 직장에서도 ‘아이가 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다행히 건강히 잘 자라는 아이를 보며, 환하게 웃어 줄 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울컥울컥 하게 된다”고 말했다.

A씨는 병원 소송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댓글 중에 법률 사무소의 댓글도 봤다”며 “저도 소송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긴 소송기간이 저와 아이에겐 고통의 시간이 계속될 것 같고 두려워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다른 댓글에는 명예훼손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 저도 고민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제가 더 이상 잃을 게 뭐가 있나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병원을 바로 옮기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했다. A씨는 “병원을 옮긴다는건 의료 쇼핑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의료지식이 없는 저에게는 대학병원과 교수님은 그냥 믿음이었다. 이러한 저의 성격과 인식이 아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잘못을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학병원 교수님께서는 1~2분 정도의 짧은 면담에 ‘괜찮아지고 있어요’ ‘좋아지고 있어요’ ‘다음 항암치료 때 뵐게요’라고 말했다”며 “그 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아내는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이었을지 모른다. 조금만 더 진실된 관심을 주셨으면…”이라고 했다.

국민청원 캡처


앞서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6세 아내가 대학병원의 오진으로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병원에 입원한 아내가 오진 탓에 지난달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명 대학병원 교수인 의사는 오진이 아니었다는 말만 반복하며 소송하고 싶으면 하라고 한다”면서 “원인과 잘못을 가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에는 19일 오전 11시 기준 3만5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글에 따르면 A씨 아내는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출산했다. 두 달 뒤인 4월 몸에 이상 증세가 생겨 같은 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의 혈액내과 담당교수는 그의 아내에게 혈액암 초기라고 진단했다. 6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가 이어졌고, 그 중 4번은 신약이 사용됐다. A씨는 “교수가 새로운 신약 항암주사를 추천했다”고 했다. 단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주사 비용으로 600만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담당교수의 말과 달리 아내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고 A씨는 주장했다. 결국 그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아내를 옮겼다. 그는 “(새로운 병원 의료진이) 혈액암이 아니라 만성 활성형 EB바이러스 감염증 및 거대세포바이러스라고 다른 진단을 했다”고 했다.

문제는 오진에 따른 항암치료였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그는 “의료진은 기존 항암치료 또는 어떤 이유로 인해 온몸 면역력이 깨져 치료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 꼴 같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아내는 오진으로 인한 항암치료로 오히려 몸을 다 망가뜨려 더는 추가적인 치료를 하기 어려운 몸 상태가 돼 버린 것”이라며 “첫 병원에서 제대로 진단만 했어도 걸어 다닐 정도의 몸 상태에서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암이 아닌데 암이라고 진단해 아내는 몸에서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신약 항암치료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바이러스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대로 떠났다”고 비통해했다.

A씨는 “수천만원의 아내 병원비, 아이 병원비로 가정은 파탄 위기고 앞으로 아이 엄마 없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너무 걱정이고 너무 억울하다”며 “아내가 하늘에서라도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그리고 이렇게 된 원인과 잘못을 가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A씨가 문제 삼은 대학병원은 “본원 의료진은 당시 오진이 아니었으며 정상적인 진료를 했다”고 밝혔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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