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엇갈린 제주2공항에 난감한 국토부.."사업 차질 불가피"
국토부, 어느 쪽 의견을 따를지 곤혹
원희룡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 기대"
갈등 더 커져 사업 차질 불가피 전망
"상황이 난감하게 됐네요. 어느 쪽 의견을 따라야 할지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날(18일) 발표된 제주 제2 공항 건설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는 "찬성과 반대가 너무 애매하게 나와서 판단이 힘들다"고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개 여론조사기관(한국갤럽, 엠브레인퍼블릭)이 제주도민 2000명과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제주 2공항에 대한 찬반을 물어본 결과, 도민은 표본오차 안팎을 오가는 수준에서 반대가 많았다.
한국갤럽은 찬성 44.1%, 반대 47.0%로 오차 범위(±2.19%)내에서 반대가 앞섰고,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선 반대가 51.5%로 찬성(43.8%)을 오차범위(±2.2%) 밖에서 따돌렸다. 반면 성산읍민 조사에선 두 기관 모두 찬성이 60%대로 반대(30%대)보다 2배나 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19일 "조사결과는 제주도 의회와의 협에 따라 공정관리 공동위원회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겠다.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여론 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고경호 제주도 공보관은 "여론조사 결과는 단순히 참고용이라는 도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국토부에 계획대로 제2 공항 사업의 추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 제2 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등 반대 측에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1%라도 반대가 많이 나오면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들은 이날 제주도민 조사에서 반대가 많이 나온 걸 근거로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가졌다.
여론조사로 제주도 내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오히려 지역 간 갈등만 더 부추긴 셈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시를 중심으로 서쪽은 반대가, 동쪽은 찬성이 많이 나왔다"며 "각자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갈등이 더 커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도 내 입장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면서 공은 고스란히 국토부로 넘어오게 됐다. 국토부는 환경부 등 관계 기관과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제주도에서 제2 공항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때 국토부 일부 인사들은 "그렇게 반대하는 사업을 뭐 하려 하느냐. 사업 철회하고 안전을 위해 현 제주공항의 운항편 수도 대폭 축소하자"는 의견까지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도 차원에서 제2 공항에 대해 확실하게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한 사업 추진은 쉽지 않다. 당초대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사사건건 반대 측과 극심한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2 공항 사업은 상당 기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 제2 공항은 기존 제주공항이 포화 상태로 운영과 안전에 문제가 있는 점을 해소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40만㎡ 부지에 5조원가량을 투입해 3200m짜리 활주로와 터미널 등을 짓는 사업이다. 기존 공항과 함께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편을 나눠서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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