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초 과밀학급문제, 해결책 없나?
최근 서산시 성연면에 위치한 성연초등학교의 과밀학급 문제가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맹정호 서산시장이 지난 2일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에게 성연초 제2캠퍼스를 건립할 경우 시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각종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부족한 교실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가 먼저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며 나서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문 사례로 그만큼 성연초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성연초의 현재 상황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취재에 나섰다. <기자말>
[방관식 기자]
▲ 서산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성연면의 서산테크노밸리. 그러나 성연초를 비롯한 교육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 서산시 |
성연초의 과밀학급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연면 왕정리 일대에 조성된 서산테크노밸리에 대해 알아야 한다. 첨단복합산업단지를 표방하며 조성된 서산테크노밸리는 상전벽해란 사자성어가 딱 맞아 떨어지는 곳으로 활기가 넘치는 신생 도시다.
지난 5일 기준 고운하이츠, 이안, 힐스테이, e-편한세상, 고운라피네, 골드클래스, 이안더서산, 금호어울림, 이안큐브 등 9개 아파트 단지에는 4932세대 1만 3163명이 거주중이다. 여기에 자연마을 1284세대 2400명과 외국인 270명을 포함하면 성연면의 총 인구는 1만 5833명(6216세대)에 이른다.
3000명도 안 되던 면단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색적인 일이지만 연령별 인구 분포는 더 놀랍다. 지난해(2020년) 연말 기준 20~40세 인구수는 6000여 명(총인구 1만 5721명)으로 38%대에 육박한다. 젊은 층의 인구가 많다보니 평균연령도 34.6세로 시 평균인 43.5세보다 9년이나 밑이다.
젊은 세대의 유입은 영·유아와 취학계층인 어린이의 증가로 연결돼 성연면의 인구가 서산테크노밸리로 인해 수년 사이 몇 배로 늘어난 것처럼 성연초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또 있다. 서산테크노밸리의 인구증가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성연면 인구는 1만 5721명으로 1년 전보다 1752명이 증가했다. 새해 들어서는 지난 5일까지 112명이 더 늘었다. 여기에 아파트 2개 단지(1200세대)가 들어설 예정으로 이곳의 인구증가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갑작스러운 인구증가에 따른 과밀학급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산시 성연초등학교 전경 |
ⓒ 방관식 |
어른들의 늑장 대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지난 2017년 서산테크노밸리로 이전해 개교할 당시 성연초는 14개 학급, 294명의 학생이 전부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2018년부터는 초등학생의 전입이 많아지면서 27학급 545명, 2019년 40학급 931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의 경우는 4월 기준 47학급(특수학급 포함) 1156명이던 것이 9월 1일에는 1191명으로 12월에는 다시 1209명으로 숨 가쁘게 증가했다.
여기다 올해 취학 예정자는 249명으로 졸업생 140명보다 109명이나 많아 전교생이 1318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성연초의 과밀현상은 이미 2019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여러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그동안 교육당국과 수많은 간담회와 절박한 심정을 담은 서명부도 보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늘어나는 아이들을 감당하기 위해 학교 측은 어쩔 수 없이 특별활동교실 등을 보통교실로 전환했고, 이렇게 임시방편에 매달리는 동안 교육환경은 갈수록 열악해 졌다.
지난해 10월 교육당국이 발표한 '성연초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대책과 방안'을 보면 올해도 늘어나는 학생들을 감당하기 위해 동아리실과 영어실을 보통교실로 전환해 사용한다.
이런 악순환은 2022년에도 계속돼 2개의 탁구실과 성연중 부지에 공립유치원이 개원하면 교내 병설유치원 교실 4곳을 보통교실로 전환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업을 제외한 동아리활동이나 특별활동 등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현재 성연초는 면 단위 학교임에도 읍 지역 지표인 28(+1)명을 적용 중이고, 올해는 동 지역에 준한 급당 인원인 30(+1)명 반영도 고민해야하는 심각한 처지다.[면단위 급당인원은 26(+1)이다]
이밖에도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물론 조리실과 급식실 등 교내 전반적인 시설이 포화상태로 어른들이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그 피해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땜질식 처방 한계 봉착, 근본적 해결책 찾아야
학부모들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새로운 학교를 원하고 있다. 반면 교육당국은 현재의 학교 신설 기준 등을 이유로 학교를 또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초등학교를 하나 짓기 위해서는 1개 학군에 공동주택 4000세대가 필요하다. 현재 서산테크노밸리의 경우 기존의 4932세대와 앞으로 입주할 2개 단지 1200세대를 합쳐도 총 6135세대로 학교신설기준에는 미달이다. 학부모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성연면은 서산테크노밸리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282명의 신생아가 태어나 월평균 23.5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성연면을 인구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다른 지역과 똑같은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연면의 1세부터 7세까지의 인구현황을 살펴보면 ▲ 7세 269명 ▲ 6세 294명 ▲ 5세 314명 ▲ 4세 305명 ▲ 3세 349명 ▲ 2세 361명 ▲ 1세 290명 등 2182명이다. 이들이 그대로 성연초에 입학한다고 가정하면 오는 2026년의 학생 수는 1892명(2~7세)까지 증가한다. 이런 탓에 학부모들은 "아파트 세대수에만 집착해 학교 신설을 따질 것이 아니라 실제 인구수 증가 등 눈에 보이는 지표를 가지고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교육당국이 제시한 해결책은 보통교실 증축으로 학부모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동아리교실 등을 최대한 보통교실(8개)로 전환해 사용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2023년까지 4층 건물(12개 교실 증가)을 증축해 총 67개의 교실을 확보, 늘어나는 학생들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과밀학급 해소나 질 좋은 교육서비스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
건물 증축을 위해 부지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운동장에 지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뜩이나 좁은 학교에 건물을 건축하면 수업 받을 공간은 빠듯이 생길지 몰라도 아이들의 위한 전체적인 환경은 한참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학부모들은 지적하고 있다.
학교 신설과 교내 증축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 맹정호 시장이 제안한 제2캠퍼스 건립도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에 부딪쳐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요즘 시대에 한 학교에 20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몰아넣고 교육 시킬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저출산이니 인구절벽이니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많은 지역에는 그만큼의 투자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1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신설과 제2캠퍼스의 경우는 정부방침과 학교용지로는 부적합한 여러 이유로 추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현재로서는 교내 증축이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되며 예상보다 학생 수가 갑자기 늘 경우를 대비해 증축건물을 기존 4층에서 5층까지 지을 수 있는 방안도 계획하는 등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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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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