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석굴암을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있다고?

이상헌 2021. 2. 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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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을 한바퀴 돌아 석굴암을 재현한 보문사까지

[이상헌 기자]

창덕궁+창경궁+종묘의 우측에 자리한 동대문(흥인지문) 일대는 패션타운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곳이다. 국내외로 팔려 나가는 의류 도매시장과 더불어 30여개의 쇼핑몰이 자리하고 있다.

청계천길을 따라서는 여러 전문시장이 늘어서 있는데 광장시장(먹거리), 평화시장(의류), 방산시장(포장재), 중부시장(건어물) 등이 마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골목길을 들어서면 완구거리, 수족관거리, 인장거리, 애완동물거리 등등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행정구역상 종로구에 속하지만 흥인지문 바로 위쪽에 자리한 창신동은 동대문시장에 실과 옷감, 가죽류, 악세사리 등을 조달하는 지역이다. 안쪽길을 들어가면 미싱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세탁소의 김이 뿜어져 나온다. 이런 지역적 특성으로 2018년에 이음피움봉제역사관이 생겼는데, 우리나라 봉제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 흥인지문(동대문) 일대 산책 코스 동대문에서 낙산공원을 거쳐 삼선공원을 지나 보문사에 도착하는 코스.
ⓒ 이상헌
 
이 창신동을 경유하여 한양도성길을 오르면 낙산공원이 나온다. 정상부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4호선 혜화역이다. 계속해서 북진하면 성북동으로 접근할 수 있다. 동쪽으로 빠져나와 삼선공원을 지나면 보문사에 다다르게 되는데, 6호선 보문역이 바로 앞에 있는 세계 유일의 비구니 사찰이다.
이곳에 석굴암이 재현되어 있다. 경주의 석굴암은 밖에서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을 뿐이지만 보문사에서는 안으로 들어가서 유심히 살펴볼 수 있다. 코스를 정리하면 동대문역-이음피움봉제역사관-한양도성박물관-낙산공원-삼선공원(삼군부총무당)-보문사-신설동역(풍물시장)-동묘앞역(벼룩시장).
 
▲ 이음피움 봉제 역사관 우리나라 봉제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 겸 체험 학습장.
ⓒ 이상헌
 
1호선 이라면 동대문역 1번 출구로 나와야 하고, 4호선을 타고 온다면 10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된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동대문과 흥인지문공원이 눈에 들어오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성곽길 우측 동네가 창신동이며 이 길로 5분 정도 올라가면 이음피움봉제역사관이 나온다.
이정표가 있으니 아무리 길치라하더라도 헤맬 염려는 없을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하여 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으니 관람을 원한다면 해당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라. 월요일은 휴무이며 상설 전시를 비롯하며 여러가지 체험도 할 수 있다. 
 
▲ 한양도성길에서 바라 본 한양도성 박물관. 시대별로 쌓아올인 성곽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 이상헌
 
봉제역사관 구경을 마치면 다시 흥인지문공원으로 내려와 한양도성박물관으로 들어가보자. 서울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므로 둘러보는 것을 권하며 역시 사전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창신동에서 성곽 너머로 박물관 외부를 보고 있자면 외부 디자인이 마치 현대판 성벽처럼 보인다.

아기자기한 낙산공원의 조망

박물관 구경을 마쳤다면 이제부터는 성곽길을 따라 올라 낙산공원으로 가보자. 낙산은 그 생긴 모양이 낙타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산으로 갈 때는 창신동 방향에서 성벽을 좌측에 끼고 올라도 좋고 성곽길을 따라가도 괜찮다.

두 길은 어차피 언덕위(낙산성곽 서길)에서 만나게 된다. 전자는 봄철에 벚꽃과 목련, 매화, 개나리 등을 볼 수 있어서 훌륭하고 후자는 이색적인 카페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 낙산공원 성곽길의 밤 풍경 성벽을 비추는 황금빛 조명과 짙푸른 밤하늘이 잘 어울린다.
ⓒ 이상헌
 
낙산은 아기자기한 산이다. 높이래봤자 125m 정도다. 그래도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 찾아가는 보람이 있다. 푸른 밤 하늘과 성벽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비춰서 운치있는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길이 평탄하고 산이 높지 않아서 노약자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낙산공원까지 가장 빠르게 접근하고 싶다면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길을 오르면 된다. 
 
▲ 낙산공원의 봄 풍경. 봄을 알리는 개나리와 함께 남산타워의 모습.
ⓒ 이상헌
 
낙산 전망대에서 성벽길을 따라 계속 가면 369성곽마을을 지나 삼선교를 거쳐 성북동으로 나가게 된다. 정상부에서 우측으로 빠지면 삼선공원이 나온다. 여기에는 조선 말기 삼군부를 통솔했던 삼군부총무당 건물이 있다.
 
▲ 삼군부총무당과 저 멀리 낙산공원 성곽. 조선시대 삼군부를 총광했던 군사기관으로 삼선공원 안에 있다.
ⓒ 이상헌
 
고종 때에 덕의당, 청헌당과 함께 지금의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자리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시절에 총무당만을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그리고 청헌당은 육군사관학교 경내로 이건되었으며 덕의당은 소실되어 버렸다.

삼군부총무당 바로 옆이 한성대학교다. 그런데 여기서 4호선 한성대입구역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길치인 필자는 처음에 한성대가 전철역 근처에 있는 줄 알아서 한참을 헤맸다. 이 정도 거리라면 지하철 명칭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열차 노선도를 보면 이렇게 엉뚱한 역명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4호선 총신대입구역(이수역)이다. 지하철에서 나와 총신대까지는 걸어서 30분이나 걸린다. 간선버스를 타더라도 6 정거장이나 가야 하는데 시대에 맞지 않는 역명이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도 그렇다. 역에서 약 2km나 떨어져 있어 걷는다면 족히 20분은 걸린다.

세계 유일의 비구니 도량 보문사와 석굴암

삼선공원을 뒤로하고 한성대 담을 따라 걸으면 보문사에 다다른다. 대한불교 29개 종단의 하나인 보문사는 세계 유일의 비구니 사찰이다. 고려 예종(1115년) 때 조그만 암자로 시작하여 조선 숙종(1692년) 시절에 세를 불리고 해방 후 지금의 보문사가 되었다.
 
▲ 보문사 석굴암. 세계 유일의 비구니 사찰 보문사 안에 재현된 석굴암.
ⓒ 이상헌
 
원래는 조계종 산하 였으나 1972년 독립하여 보문종을 창시했으며 이후로 경주 석굴암과 월정사9층석탑을 경내에 재현하였다. 또한 보물 제1164-2호인 법화경과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 보문사 석굴암의 본존불. 보통 사람도 둘러볼 수 있는 보문사 석굴암 내부.
ⓒ 이상헌
 
적벽돌로 쌓은 유리 창문은 70년대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실외에서 공양간 내부를 얼핏 보게 되면 60년대의 한옥 느낌을 접할 수 있다. 부뚜막과 아궁이를 보게 되다니 말이다. 현대식 건물과 옛스러운 가옥이 연결되어 있어서 비구승(남자 승려)이 수도하는 사찰과는 분명히 다른, 비구니의 도량임을 느낄 수 있다.
   
▲ 동묘역앞 풍경.  벼룩시장이 열리는 동묘 전경. 오른쪽으로 가면 서울풍물시장.
ⓒ 이상헌
   
보문사 바로 앞에 6호선 보문역에서 오늘의 산책을 마치면 된다. 만약 시간이 되면 성북천을 타고 내려와 신설동역 앞의 서울풍물시장을 둘러보고 동묘앞역으로 발걸음을 옮겨 벼룩시장을 구경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동대문 일대를 한 바퀴를 도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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