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전신경화증 경과는 각양각색.. 두려움 떨치고 적극 치료해야
전신경화증은 면역 이상, 혈관 손상, 섬유화를 특징으로 하는 원인불명의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발생한 전신경화증 환자는 2402명으로, 인구 100만명당 연평균 8.0의 발생률을 보일 만큼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남녀 환자 비율은 1:3.9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신경화증은 침범 부위 별로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주로 혈관 손상이 특징이며, 초기에는 레이노현상이 나타난다. 레이노현상은 손이나 발이 추위에 노출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갑자기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기면서 손가락, 발가락 끝이 하얗게 또는 파랗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피부가 점차 두껍고 단단해지면서 섬유화가 진행돼, 위장관, 폐, 심장 등을 침범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혈관침범 관련 증상으로는 수지궤양, 모세혈관확장증, 폐동맥고혈압 등이 있으며, 위장관을 침범하면 위식도역류증상, 소화장애, 세균과증식 증후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폐 침범 증상으로는 간질성폐질환과 폐동맥고혈압과 함께, 호흡곤란, 기침 등이 특징으로 나타나며, 관절염, 심장질환, 경피증 신위기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신경화증은 환자 증상과 혈액검사, 영상검사 결과를 종합해 진단한다. 2013년 미국·유럽 류마티스학회에서 전신경화증 진단을 위한 새로운 분류 기준을 제시했으며, 현재도 이 기준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있다.
기준을 살펴보면, 주요 증상·징후에는 ▲레이노현상 ▲피부경화증 ▲부은 손가락 ▲손가락피부경화증 ▲수지말단 궤양 ▲손가락 끝 오목흉터 ▲모세혈관확장증 ▲손톱주름 모세혈관 이상 ▲폐동맥고혈압 ▲간질성폐질환 ▲경피증 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자가항체 등이 포함돼 있다. 각 요소별로 가중되는 점수가 다른데, 이 점수를 합해 9점 이상이 되는 경우 전신경화증으로 진단한다.
레이노증후군과 손가락궤양증은 ▲생활행동에 대한 치료 ▲약물치료 ▲수술적 치료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생활행동 치료를 위해서는 평소 손 뿐 아니라 몸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가능한 손과 발을 추위에 노출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장갑과 겉옷을 항상 착용하고, 워머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담배는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끊어야 하며, 커피도 자제하는 게 좋다.
약물치료를 할 때는 혈관확장제가 우선 사용된다. ‘nifedipine’이 대표적인데, 이 외에 다른 혈관확장제가 사용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엔도셀린 수용체길항제, PDE5억제제, nitric oxide유도체 등도 사용할 수 있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고 궤양이나 조직궤사가 일어난 경우엔 교감신경절제술과 같은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전신경화증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인 폐동맥고혈압은 과거 예후가 불량했으나, 엔도셀린 수용체길항제 bosentan이 도입된 후 많은 약물들이 개발돼 현재는 과거보다 예후가 많이 좋아졌다. 현재까지 도입된 약물로는 ▲엔도셀린 수용체길항제 bosentan, ambrisentan, macitentan ▲PDE5억제제 sildenafil, tadalafil ▲nitric oxide 유도체 treprostinil, iloprost 등이 있다. 이 외에도 riocioguat, selexipag 등이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전신 경화증은 원인을 잘 모르는 데다, 완치가 쉽지 않고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질환에 대한 환자들의 두려움이 크다. 그러나 병의 경과가 모두 다르고 수일 또는 수개월내에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는 드문 만큼, 좀 더 여유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환자들의 자조관리단체가 활성화돼, 병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도움을 주고받는다. 또 국가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자조관리단체가 조직될 수 있다면, 처음 진단된 환자들이 생활 방법과 질환 관리법을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섬유화증의 전형으로 전신경화증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질 경우, 섬유화증 치료에도 발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해서 정부나 학계 노력으로 전신경화증에 대한 연구와 임상시험이 활발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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