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K리그 코로나 지침, 원정팬 대응 디테일 필요하다

서호정 기자 2021. 2. 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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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작년 10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최종전에서 인천유나이티드는 또 한번의 생존왕 스토리를 썼다. 원정에서 FC서울을 1-0으로 꺾으며 부산아이파크를 밀어내고 잔류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 후 인천에게는 축하와 격려가 아닌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경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 유관중 경기였고, 원정팬의 입장은 금지된 상태였다. 서울 구단은 많은 보안 인력을 배치해 원정 유니폼이나 상품을 갖고 입장하는 팬들을 모니터링했다. 


그런데 전반 32분 아길라르가 터트린 인천의 결승골 때부터 남측 관중석에는 탄성을 내지르며 기뻐하는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천의 잔류가 점점 가까워지던 후반 막판에는 아예 팬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경기 후에는 인천 유니폼을 대놓고 꺼내 생존의 환희를 표현했다. 


눈대중으로도 수백 명 규모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 구단이나 서포터즈 차원의 단체 원정이 없었음에도 원정 팬이 삼삼오오 모여 사실상 남측 관중석을 채운 것이다. 홈팀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무의미할 정도였다.


게다가 이날 홈팀 서울은 경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수비수 김남춘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컸다. 현장에서 소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인천 팬들은 코로나 지침 위반은 물론 존중과 배려 부족에 대해서도 질타를 받았다. 서울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다음 시즌 인천 경기 때 두고 보자며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원정팬에 대해 출입 금지라는 원칙적 방침만 내려져 있는 K리그의 코로나 매뉴얼이 실효성을 의심 받게 된 장면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해소될 때까지 함께 인내하자고 팬들의 양심과 자제력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방침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인천 팬들의 사례가 크게 두드러졌지만, 소수 팬들이 지침을 깨고 원정을 왔고 응원하는 팀의 득점이나 승리 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제보가 각종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프로축구연맹의 원정팬 관전 금지는 지역간 이동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코로나에 대한 국가적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실효성이다. 온라인 티켓 구매 단계, 그리고 경기장에서의 입장 과정에서 원정팬은 자신의 '신분'을 얼마든지 숨길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건에서 제한적 유관중은 10%에서 30% 수용이 가능한데 최대한 홈 관중을 유치하기 위해 원정석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한 것도 오히려 원정팬 방문의 빌미가 되는 모습이다. 


프로축구연맹은 "해당 방침이 팬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K리그 팬들 전체가 공유하고 수용해 주길 바라는 차원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목적에 부합하기에는 너무 원칙에 머물러 있는 소극적 대처라는 지적이 있다. 실효성을 위해서는 과감히 원정석 자체를 비우거나, 경기장 내에서 원정팀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홈팀 보안 인력이 퇴장을 강제화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그 부분을 홈팀 재량에만 맡긴 상태다. 원정팬 방문이 확인될 경우 홈팀이 아닌 해당 원정팀을 징계하는 것이 오히려 팬들의 방문을 자제시키는 강제력도 될 수 있다. 


아예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정팬을 제한적으로 허용, 확실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홈팬들 중에서도 타 지역에서 이동해 오는 이가 있는데, 지역간 이동을 막는 목적으로 원정팬을 차단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지난 포스트시즌에 규모를 축소하는 조건으로 원정 응원단을 허용하는 대신 코로나 전파 유발 가능성이 있는 응원 방식을 제한하며 금지가 아닌 관리 쪽에 더 집중했다. 


일단 프로축구연맹은 2021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에도 지난해와 동일한 코로나 대응 매뉴얼을 유지하기로 했다. 연맹은 "코로나 상황이 작년 대비 완화되지 않아서 관련 방역 지침을 따라가야 하는 건 변함없다"고 하면서 "다만 향후 상황에 따라 심사숙고 해서 원정팬 입장 문제에 실효성을 갖도록 유연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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