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바르사에 굴욕 당한 지 10년, 맨유 유스가 마침내 꽃피웠다

한준 기자 2021. 2.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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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10년 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절망감을 느꼈다.


2008-2009시즌에 이어 결승전에서 다시 바르사를 만나 1-3 완패를 당하며 정점의 맨유를 유럽 챔피언으로 이끌지 못했다. 


당시 맨유는 퍼거슨 감독 재임 후 1998-1999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1차 전성기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의 공격 조합, 리오 퍼디난드와 네마냐 비디치의 수비 콤비를 중심으로 두 번째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2006-2007시즌부터 2008-2009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 3연속 우승에 성공했고, 2010-11시즌과 2012-13시즌에 우승하며 리그 20회 우승을 달성했다. 2008-2009시즌과 2009-2010시즌에는 리그컵도 2연속 제패했다.


2007-2008시즌 통산 세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한 맨유는 두 번의 결승전에서 연이어 바르사를 상대로 내용상 압도적인 패배를 당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한 바르사는 역대 최고의 팀 중 하나로 불렸다. 리오넬 메시,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제라르드 피케, 빅토르 발데스 등 선발 주력 선수 다수가 유소년 팀에서 직접 육성한 팀이라는 점에서 세계 축구의 귀감이 됐다.


메이슨 그린우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게티이미지코리아

◼︎ 10년 전 바르사에 참패, 맨유 아카데미의 착실한 준비


이때의 쓰린 패배를 뒤로 하고 맨유는 10년 간 유소년 선수 육성에 투자했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맨유는 비록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했으나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가장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로파리그 32강전을 앞둔 시점에 맨유는 20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2위에 올라있다. 찬사를 받는 부분은 1군 선수 구성이다. 등번호 10번을 달고 있는 핵심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를 비롯해 지난 2019-2020시즌 1군 데뷔 후 빠르게 주력 선수로 자리잡은 메이슨 그린우드, 중앙 미드필더 스콧 맥토미니가 어린 나이에 맨유 아카데미를 통해 성장한 선수다.


영국 내 아동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기도 한 래시포드는 '맨유 아카데미가 직접 키운 호날두'로 불릴 정도로 득점력을 갖춘 윙어다. 폭발적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력을 바탕으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득점한다.


양발 슈팅 능력이 강점인 그린우드도 좌우를 가리지 않고 문전으로 진입한 뒤 득점한다. 팀 정신으로 무장한 맥토미니는 터프한 중원 수비력과 안정된 볼 배급력에 상대 허를 찌르는 슈팅 능력을 겸비했다. 이 선수들 외에도 맨유 아카데미는 꾸준히 재능 있는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2009년 유망주 단계에 스카우트한 폴 포그바, 보결 선수이지만 탄탄한 기본기로 기대를 받고 있는 풀백 브랜든 윌리암스와 수비수 악셀 튀앙제베 등이 1군에 자리잡았다. 다비드 데헤아를 장기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 골키퍼 딘 헨더슨도 맨유 아카데미 출신이다. 10년 전 라마시아의 성과에 패배한 맨유는 그 사이 위기의 시간을 보냈지만 장기 투자의 결실을 맺고 있다.


물론 최근 맨유의 성공은 지난 해 1월 이적 시장에 영입한 포르투갈 출신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활약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이는 우수한 외국인 스카우팅의 사례로 볼 수도 있다. 지난 해 여름 영입한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는 리오 퍼니난드의 영입 사례와 같은 성공작이기도 하다. 아론 완-비사카, 루크 쇼 등 좌우 풀백 라인도 20대 초반의 나이에 영입해 맨유는 향후 몇 년 간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맨유를 지휘하는 수장이 퍼거슨 감독 재임 시절 선수로 활동했으며, 맨유 2군 감독을 거친 올레 군나르 솔샤르라는 점은 맨유가 바르사의 성공 모델을 이어 받았다고 설명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 황금기의 유산을 잃어버린 바르셀로나


반면 10년 전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바르사의 상황은 좋지않다. 회장 선거를 둘러싼 내부 알력 다툼과 정치 싸움 속에 자멸한 바르사는 재정적으로 파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와 결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바르사는 파리생제르맹과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 경기에 1-4 참패를 당해 8강행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라리가 우승 경쟁에서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크게 뒤져 있다. 2019-2020시즌을 무관으로 마쳐 키케 세티엔 감독과 결별한 바르사는 로날트 쿠만 감독 체제도 무관으로 마치고 조기 종식할 위기에 처했다.


바르사는 2014-2015시즌에도 루이스 엔리케 감독 체제에서 통산 두 번째 트레블을 달성하는 등 좋은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성공은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 이반 라키티치 등 외부 영입 선수의 활약에 기반했다. 10년 전 바르사를 더 빛나게 해준 자체 육성 선수의 바통을 이어 받은 선수는 없었다.


현재 1군 스쿼드에 라마시아가 키운 선수는 여전히 메시와 부스케츠 정도가 주전이다. 안수 파티는 간만에 나온 성공작이나 부상 중이고, 리키 푸츠는 거의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고 있다. 페드리, 프란시스쿠 트린캉 등은 어린 나이에 외부에서 영입한 사례다.


큰 기대를 보냈던 미드필더 카를레스 알레냐는 헤타페로, 몬추는 지로나로 임대됐고, 임대 계약 만료 후에도 바르사 1군 주력 선수로 자리잡으리란 기대가 크지 않다. 패배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맨유의 반전과 달리 바르사는 성공의 유산을 잃어버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없는 위기 속에 장기 계획과 비전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2020-2021시즌의 성적은 물론, 그 이후까지 맨유와 바르사라는 유럽 축구의 두 빅클럽의 행보가 어떻게 엇갈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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