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좋은 투자란 무엇인가?
뉴턴도 종목과 타이밍 실패
혁신·분산·장기투자 필요
ETF 장기·적립 투자가 해법
요즘 주식 투자의 고민은 두 가지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가, 지금 사도 되는가. 아쉽게도 이 질문 안에서는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없다. 질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올바른 질문을 위해서는 주식 투자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주식 투자는 야생마를 길들여 타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다.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위험도 높은 자산을 선택해서 위험관리를 잘 해야한다는 뜻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경쟁력 있는 기업이며, 경쟁력 있는 기업은 혁신을 하는 기업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혁신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실생활에 확산될 뿐 아니라 또 새로운 혁신들이 이어질 것이다. 혁신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전기차와 자율운행 자동차가 나올 때 불편하게 생각했고 망할 거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혁신 기업은 야생마처럼 위험도 크다. 2차 전지가 잘 될 것은 확실하지만 어느 기업이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 개별기업 주식 수익률은 변동성이 크다는 뜻이다.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말은 고삐로 길들인다면 주식을 길들이는 것은 분산과 장기 투자다.
분산은 ‘공짜 점심’이라고 부를 정도로 변동성을 확실하게 줄여 준다. 2차전지 기업 중 누가 돈을 벌지는 모르지만 2차전지를 여럿 모아 둔 펀드에 투자하면 위험은 줄어든다. 10개의 2차전지 기업이 포함되어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고 하자. 여기서 3개 기업은 실패하고 7개 기업이 성공했다면 2차전지 ETF의 수익률은 여전히 좋을 것이다. 3개 기업의 시장을 7개 기업이 들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종목을 잘 선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자신감에는 사후편향(hindsight bias)이 있다. 과거의 우연한 사건을 되돌아보면서 이를 자신의 영웅적 스토리로 재구조화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에서 유의해야 할 사고의 착각이다. 아마 인구에 가장 회자되는 성공 스토리가 삼성전자 사서 돈 번 이야기일 것이다. 생각해보자. 삼성전자가 이렇게 성장하리라고는 20~30년 전에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현재에서 과거를 보니 정확히 예측한 것 같은 착각이 들 따름이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확실하게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최근에는 부침이 큰 기술주나 바이오 주식이 많아졌다. 2000년 나스닥 버블이 꺼질 때 개별 주식은 보통 고점 대비 90% 이상 하락했다. 종목을 분산해야 이러한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
분산보다 100배는 더 어려운 게 장기 투자다. 사람들은 ‘차라리 주식을 사고 팔고 하는 게 쉽지 10년, 20년은 투자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착각이다.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내는 게 쉬워 보일 따름이지 실제 꾸준히 돈을 벌 수 없다. 반면, 장기투자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인내에 대한 대가를 준다. 유럽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주식을 사고 나서 5년 동안 감옥을 가라”는 말을 했다. 필자의 지인은 최근 투자 계좌를 개설하러 갔다가 자신이 모르던 몇 년 전 계좌를 찾았는데 돈이 두 배 되어 있더라고 했다. 장기 투자를 적립식으로 하면 위험은 더 줄어든다.
분산과 장기 투자의 실천에는 난관이 많다. 주가가 급락해서 세상이 진짜로 망할 것 같이 보일 때가 한 번씩 찾아온다. 운 없으면 투자의 수익도 맛보기 전에 이런 고통부터 받아야 한다. 그래도 갖고 있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주식을 팔라고 외칠 때도 바보같이 그냥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분산투자도 마찬가지다. 개별 주식 가격이 무서우리만큼 오를 때도 있다. 다들 높은 수익을 낼 때 나는 자산을 분산하다 보니 평범한 수익을 낸다. 허탈감이 극에 이른다. 이런 유혹을 견디려면 돌부처 수준이 되어야 한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은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에 투자해서 돈을 벌고 나왔는데, 뒤에 투자한 친구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자 다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망했다. 금화를 주조하는 조폐국장 일까지 능숙하게 처리한 천재 뉴턴도 종목과 타이밍 때문에 투자에 실패했던 것이다.
좋은 투자란 종목과 타이밍을 잡는 게 아니라 느리지만 확실하게 돈을 버는 것이다. 이는 여러 혁신 기업들로 분산되어 있는 ETF를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된다. 주식투자 하면서 종목과 타이밍을 물을 필요가 없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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