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승리호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한국 SF 장르의 비주얼이 성큼 도약한 성과이면서, 동시에 ‘조성희 월드’의 확장이다. 그를 세상에 알린 단편 ‘남매의 집’(2009)과 첫 장편 ‘짐승의 끝’(2011)에서 시작된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실험은 ‘늑대소년’(2012)부터 가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물론 여기에도 장르적 관심은 투영되는데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과 최근작 ‘승리호’까지 감독은 멜로, 액션, SF 속에서 가족에 대한 사연을 이어간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정신없는 사건과 스펙터클이 쏟아지지만, ‘승리호’의 중심은 딸(오지율)을 찾아가는 태호(송중기)의 여정이다. 꽃님이(박예린)를 통해 기적적으로 순이와 연결된 태호의 내면은 하얀 공간으로 드러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늑대소년’과 ‘승리호’의 겹침이다. 연인 순이(박보영)는 ‘승리호’에서 딸 순이로 바뀌었고, ‘늑대소년’의 철수(송중기)가 그랬듯 ‘승리호’의 순이도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태호는 딸을 끝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아빠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이 상황은 ‘늑대소년’에서 순이와 철수가 47년 만에 재회하는 신을 흥미롭게 연상시킨다. 다소 신파지만, 조성희 감독의 맥락을 떠올리면 이 신은 ‘승리호’에서 반드시 필요한 대목인 셈이며, 이것은 상처 입은 가족을 위로하는 감독 고유의 환상적인 풍경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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