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대구, 관광객 반토막 났지만 '시민 방역'이 희망

김윤호 2021. 2. 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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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PC방 줄줄이 폐업
대표 관광지 '김광석 거리' 썰렁
"의료붕괴 막자" 맞춤치료소 확보
주민 스스로 거리두기·휴업 지켜
17일 대구 중구 김광석길이 한산하다. 지난해 김광석길 방문객 수는 71만1589명이었다. 2019년 140만788명의 절반 수준이다. 김정석 기자

대구는 지난해 2월 18일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두 달간 1차 대유행을 겪었다. 이후 1년간 대구 곳곳엔 큰 변화가 나타났다. 서로 헛기침만 해도 놀라는 모습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코로나가 남긴 생채기는 시민들의 몸과 마음에, 지역경제 곳곳에 남아있다.

대구지역 첫 확진자가 나온 후 11일 만인 지난해 2월 29일. 대구에선 하루 확진자가 741명 발생했다. 이후 3월 11일까지 하루 200~300명씩 확진자가 매일 쏟아졌다. 3월 중순이 지나자 대구 전체 코로나 확진자는 6700여 명, 당시 국내 전체 확진자의 70%가 대구에 몰려 있었다.

확진자 확산세 중심엔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었다. 대구시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신도 1만459명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모두 받도록 했다. 그랬더니 2월 중순부터 3월 11일까지 확인된 누적 확진자가 4200명에 달했다.

숫자로 본 대구지역 코로나 1년

신도들의 집단감염 고통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확진 판정을 받은 신도 4198명(교회 집계) 가운데 12%인 532명은 해가 바뀐 지난 1월까지 “코로나 완치 후에도 담배 냄새가 나거나 탈모 같은 이상증세가 있다”고 했다. 532명 중 174명(33%)은 근육통 및 만성피로를, 99명(18%)은 호흡기와 폐질환을, 63명(12%)은 후각·미각·청각 등에 이상을 호소했다.

지역경제 전반에도 코로나 악몽은 남아있다. 지역 곳곳의 식당이나 카페·PC방 등이 줄줄이 폐업·휴업을 하고 있어서다. 대구 대표 관광지인 김광석길과 근대골목은 코로나19 후 방문객이 반토막 날 정도로 침체된 상태다. 지난해 이들 명소 방문객 수는 각각 71만1589명, 41만7526명.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140만788명, 83만3357명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17일 중앙일보가 찾은 김광석길은 점심때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골목에 음악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대구는 나름의 방역 노하우를 익혔다.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에서 병실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경증·중증 관계없이 모든 환자를 음압병실에서 치료토록 해서다.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하루 최고 2270명에 이를 정도였다. 입원을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은 사망자도 2명 나왔다.

의료 체계가 붕괴하기 시작할 때 치유가 시작됐다. 대구시는 병상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확진자의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치료시설을 확보하고 나섰다. 정부 도움도 적극적으로 호소했으며,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2~3월 20일간 머물면서 지원하기도 했다.

무증상·경증 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도 도입했다. ‘거리두기 전수검사’로 유명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운영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치유의 손길도 이어졌다. 전국 의료진 2738명이 코로나19 전사를 자처하며 대구로 달려왔다. 마스크·손소독제 등 지원 물품 1271만여 점을 모아 보내왔다. 453억원의 성금도 전해졌다. 대구시민들도 강제적인 조치가 없었지만 식당 자진 휴업, 외출 자제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스스로 지켰다. 지금은 이른바 ‘턱스크’를 한 시민을 보거나 식당 등에서 띄어 앉기를 제대로 안 하면 “방역 수칙을 지키자”면서 서로 지적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년 전 대구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고, 교훈 삼아 하루 빨리 코로나를 이겨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 휠체어 탄 카페 사장님 “의료진 돕고 싶었다” 커피 5500잔 기부

「 어릴 적 난치병…의사가 희망 줘
임대료 두 달 안 받은 건물주도

김현준

지난해 2월 28일 오전 대구 수성구의 한 카페.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카페 영업은 중단됐지만 커피 향만은 어느 때보다 진했다. 카페 대표와 직원 10여 명이 의료진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커피를 내리는 향이었다. 카페 ‘커피 맛을 조금 아는 남자(이하 커조남)’는 코로나19 초반 한 달여 간 5500잔의 커피를 기부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2700만원(한 잔 5000원)어치다. 커조남은 이후로도 현금 300만원, 마스크 2700장 등도 전달했다. ‘휠체어를 탄 대표님’이라 불리는 김현준(42·사진) 대표는 “난치병을 가지고 태어나 모두가 포기했을 때 의사 한 분이 희망을 줬다”며 “의료진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성원(43) 반올림 피자샵 대표도 대구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난해 1차 코로나19 확산 당시 총 1300만원에 달하는 3층짜리 건물의 임대료를 두 달동안 받지 않는 ‘착한 건물주’가 됐다. 그는 “당시엔 다른 건물주에게 눈총을 받은 것도 사실(웃음)”이라며 “세입자분들과 함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가고 싶었다”고 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대구=김윤호·김정석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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