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변이와의 전쟁..美·EU서 '뉴 팬데믹' 경고 잇따라
지난 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여 온 전 세계가 다시 변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데다 백신의 효과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자칫 '뉴 팬데믹(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면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급증해 오는 3월에 또 한 번의 재확산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C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6일 기준 미국 내 변이 바이러스 감염은 1299건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9일 콜로라도에서 첫 사례가 나온 지 두 달여만이다. 가장 많은 유형은 영국발 변이었다. 열흘마다 두 배씩 증가하더니 1277건의 감염 사례를 보였다.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발 19건, 브라질발 3건이 나왔다.
로셸 월렌스키 CDC국장은 "영국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미국 내에서 가장 우세한 코로나19 변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로 비상이 걸린 건 독일도 마찬가지다. 이날 독일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만3000명의 게놈 염기서열 분석 결과 20% 이상이 영국발 변이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변이 감염 비율이 5.8%였던 지난 5일과 비교하면 2주 만에 4배 가까이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보건 당국은 2주 뒤 신규 확진자의 80%가 변이 감염자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변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에서는 해외 유입이 아닌 자체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루이지애나주립대 제레미 카밀 교수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동일 유전자에서 7종의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영국 연구진도 지난해 12월부터 유럽, 미국, 중동으로 번지고 있는 또 다른 변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변이는 세포 침투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에 변이가 생겨 확산세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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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도 "남아공 변이에 백신 효능 떨어져"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백신의 효능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연구진은 텍사스주립대 의과대학(UTMB)과 공동 연구한 결과 남아공발 변이에 감염될 경우 자사 백신의 항체 보호 효과가 3분의 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도 이날 자사 백신의 항체 수준이 남아공발 변이에 대해선 크게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백신 접종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늘려야 할 수도 있다"면서 "제약사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도록 백신을 개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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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수천억 투자해 변이 연구 나서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대응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2억2000만 유로(2900억 원)를 투입해 게놈 염기서열 분석과 각 회원국 간 정보 교환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변종 바이러스에 대비한 2세대 백신 생산 설비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2억 달러(약 2208억 원)를 투입해 변이 바이러스 분석에 나섰다. 일주일에 최소 2만5000건을 분석해 백신과 치료법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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