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무부 "서해 공무원 피살, 용납 못할 사건..北 정책 반영한 것"
지난해 9월 북한군이 서해 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한 데 대해 영국 정부가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영국의 상원의원인 데이비드 알턴 경은 17일(현지시간) 해당 사건에 대한 영국 정부의 의견을 담은 서한을 자신의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알턴 경은 지난달 22일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했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영국 외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냈고, 나이젤 아담스 영국 외무부 아시아 담당 국무상이 답신을 보냈다.
아담스 국무상은 서한에서 “한국 공무원의 죽음은 충격적이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또 “안타깝게도 이번 사건은 오랜 기간 이어진 북한의 국가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며, 통상적으로 이뤄져온 북한 정권의 인권 경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바로 영국이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 촉구를 옹호하고, 강한 행동을 취해온 이유”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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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 상황, 간담 서늘케 해"
또아담스 국무상은 “우리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appalling) 북한의 인권 관련 사건들에 수차례 깊은 우려를 표명했으며, 북한 정권에 이런 문제들을 직접 제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영국은 국제 인권 제재 체제에 따라 북한의 부처 두 곳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고도 소개했다.
영국 정가의 거물인 알턴 경은 오랜 기간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행태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2019년 정부가 북한 선원 2명을 강제북송했을 때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북송됐다는 소식 자체가 놀랍다”고 비판했고,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이 처리됐을 때는 ‘재갈물리기법’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자유주의 진영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아담스 국무상은 알턴 경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간 (서신)교환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사건 직후엔 북한 당국을 강하게 규탄했지만, 김정은이 하루만에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친서를 보내온 뒤에는 공동 조사만 요청했을 뿐 공개적인 비판이나 문제 제기는 자제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확증도 없이 해수부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고 정황을 강조, 유족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 의회에서도 전단법 관련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계기는 전단법이지만, 이를 계기로 북한 인권 전반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관련 정책도 주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 전직 외교관은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내며 진행된다. 처음엔 작은 일이었다고 해도, 혹은 발생한 지 오래 된 일이라고 해도 국제사회가 주목하며 점점 커진다”며 “그 과정에서 이에 관여한 이들에 대한 기록도 명명백백하게 남게 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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