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결국 휴가..與 "靑도 성깔 있다" 유인태 "文에 치명상"
검찰 인사를 둘러싼 박범계 법무부장관과의 갈등속에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18일 돌연 휴가를 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이날 오전 출근해 이틀간의 휴가원을 냈다”며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월요일(22일)에 출근할 예정으로, 그때 거취에 대한 말이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신 수석의 휴가원을 결재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응은 소개하지 않았다.
여권의 고위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밤까지 청와대 관계자들이 신 수석을 설득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신 수석의 사퇴 결심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17일 청와대가 신 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이날(17일) 밤까지가 신 수석 설득을 위한 골든 타임"이란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청와대 내부엔 "신 수석이 사실상 사퇴 의사를 굳히고 휴가를 낸 것 아니냐","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시간이 갈 수록 사태를 수습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데 이 상황에서 신 수석이 돌연 휴가를 써버렸다”며 당혹감을 숨기지 않았다.
신 수석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예측하는 이들은 "사의를 표명한 진짜 배경이 단순히 이번 검찰 인사에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신 수석은 주변에 “투명인간이 된 것 같다”, “내 역할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검찰과의 관계 개선 등의 역할을 부여하며 신 수석을 임명했지만, 정작 역할 공간이 없거나 작았다는 뜻이다. 단순히 박 장관과의 마찰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이유로 사의를 결단했기에 그만큼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우여곡절끝에 복귀하더라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신현수 수석 체제'가 정상 가동될지 의문이란 회의적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신 수석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설날 연휴 전후로 수차례 사의를 표명한 뒤에도 신 수석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하게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수석은 후임 차관 인사 등이 논의된 16일 청와대 인사위원회에도 참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주와 이번주 인사위에 모두 참석했다는데, 정말 그만둘 생각이었다면 회의에 참석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에선 실제로 신 수석이 청와대를 떠날 경우 문 대통령이 받을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신 수석의 이탈은 특히 4월 초 중요한 선거를 앞둔 국면에서 문 대통령에게 너무 큰 타격을 주는 장면이 될 수 있다"며 "문 대통령과 신 수석 사이의 지금까지의 관계를 감안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의 고민이 길어지자 여권 핵심부 일각에선 노골적인 반감도 표출되고 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민주당 관계자는 “신 수석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박 장관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만류했다는 사실까지 청와대는 공개했다”며 “솔직히 신 수석만 자존심이 있느냐. 청와대도 자존심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청와대내엔 "선제적으로 신 수석의 사표를 수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신 수석과 친분이 있는 지인들 사이에선 "청와대가 후임 민정수석 인선에 돌입했다"는 얘기들이 돌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에 “두차례 민정수석을 역임했던 문 대통령이 기본적 프로세스를 몰랐을 리가 없다”며 “이를 몰랐다면 무능을 시인하는 것이고, 알고도 강행했다면 ‘윤석열 죽이기’로 요약되는 인사를 처음부터 요청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도 쓴 소리가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본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큰 문제가 있고, 이번에는 특히 큰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1년 넘게 ‘추ㆍ윤 갈등’을 방치해놓고 뭔가 달라지겠다고 선언한 건데, 이럴거면 뭐하러 멀쩡한 신 수석을 임명했느냐. 결국 문 대통령에게 치명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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