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희연 서울교육감 자사고 취소..재량권 남용, 위법"

박현주 2021. 2. 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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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고·배재고 자사고 유지

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세화·배재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고가 부산교육청을 상대로 승소한 데 이어 자사고 측이 '진보' 교육감과 법적 다툼에서 승리한 두 번째 판결이다.

김재윤(왼쪽) 세화고등학교 교장과 교진영 배재고등학교 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 후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세화·배재고의 학교법인인 일주·세화 학원과 배재학당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 지역 8개 자사고가 2019년 8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약 1년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法 “서울교육청 자사고 취소,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
법원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바꿔 소급 적용한 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며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세화고·배재고에 대해 자사고 재지정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자사고 운영 기준을 다른 형태로 운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서울교육청이) 변경된 기준을 평가 기간에 소급 적용해 평가를 진행하고 학교가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교육정책의 변화는 신중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된 교육제도를 다시 변경하는 것은 다수의 이해관계인뿐만 아니라 국가 교육 시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 사건 취소규정은 자사고 스스로 지정취소 신청을 하는 경우와 달리, 자사고 측의 의사와 무관한 지정취소 사유에 해당하므로 이익을 침해하는 측면이 매우 크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환영” vs 진보 교육단체 “규탄”
자사고 측은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선고가 끝난 직후 고진영 배재고등학교 교장은 “최종 판결에 따라 지위를 되찾게 되어 기쁘다. 자사고로서 다양성 교육·수월성 교육을 비롯한 최고 교육을 계속해서 펼치겠다”고 했다. 김재윤 세화고등학교 교장도 “그동안 교육방침에 맞춰 열심히 했기 때문에 지정평가취소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학교 구성원들이 열심히 교육에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말해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회원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반면 진보 성향의 서울 시민교육단체 30개가 모인 연합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선고 직후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사고의 설립목적은 '다양한 교육 실현'으로, 재지정에 탈락한 자사고들이 과연 설립목적에 부합해 운영돼왔는지를 법원은 고려했어야 한다"며 “다양한 교육이 아니라 획일적이고 입시교육 위주인 교육과정으로 변질하고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지 못했다면 재지정 취소는 당연한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같은 해 7월 운영성과평가 대상 자사고 13개교 가운데 기준점수에 미달한 8곳(배재고ㆍ세화고ㆍ경희고ㆍ숭문고ㆍ신일고ㆍ이대부고ㆍ중앙고ㆍ한대부고)의 지위를 박탈했다. 교육청의 결정에 불복한 8개교는 2곳씩 나눠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선고가 나온 2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교의 판결도 예정된 상태다. 다음 달 23일엔 숭문고·신일고의 1심 선고가 나온다.


서울교육청 "깊은 우려·유감"…헌재, 존폐 최종 결론
1심에서 승소한 2개교는 당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법원 판결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법적 분쟁은 계속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에 따라 모든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는 2025년 3월부터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야 한다.

2019년 평가대상 자사고 지정취소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자사고의 존폐는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자사고·외고·국제고 측은 학교 폐지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교육부의 방침은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를 두고 고진영 교장은 “자사고, 외고, 특목고 등 3개 변호인단이 각각 헌법소원을 제기해 진행 중”이라며 “자사고를 폐지겠다는 계획도 철회되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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