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바지 입지 마, 메신저 하지 마" 유치원장 '갑질' 논란
[윤근혁 기자]
▲ 경기도 파주의 한 공립 유치원장에 갑질 신고서 내용 일부. |
ⓒ 제보자 |
'교직원들에게 청바지를 못 입게 하고 단체메신저 사용도 사실상 금지'한 유치원장이 경기도교육청에 '갑질' 신고됐다. 해당 유치원 전체 교원이 실명으로 신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자신의 교원평가 점수 낮게 나오자, 교사들 불러 추궁"
18일, <오마이뉴스>는 경기 파주에 있는 공립단설 A유치원 교직원 18명이 실명으로 서명한 'B원장의 갑질에 대한 처벌을 요구합니다'란 제목의 문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지난 2020년 12월 경기도교육청에 접수된 A용지 48쪽 분량의 이 문서에는 원감을 포함한 대부분 교사들의 서명이 적혀 있다.
이들은 각자 써낸 진술서에 ▲교원평가 점수를 낮게 준 교원 색출 ▲청바지 착용 금지 ▲전체메신저 사실상 금지 등 B원장의 갑질 내용을 적어놓았다.
한 교원은 진술서에서 "원장이 (2019년 11월) 교원평가 점수 확인 기간에 동료평가에서 자신이 만점이 아닌 것을 알자, 교사들을 한 명씩 불러 몇 점을 주었는지 물었다"면서 "그런 뒤 거의 한 달 동안 교원들을 흘겨봤다"고 적었다.
또 다른 교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원장이 2019년 교원평가 서술식 내용에 자신에게 안 좋은 내용이 적힌 것을 보고 나를 포함해 교원 전체를 한 명씩 차례로 불러 누가 그 내용을 적었는지 추궁했다"면서 "원장은 왜 부정적인 내용을 적었느냐고 교사들을 추궁했다. 교원평가는 비밀보장이 원칙인데 기관장이 이를 어기고 교원들을 압박했다"고 털어놨다.
이 유치원 교직원들은 진술서에서 'B원장이 2020년 2월 교원들에게 청바지를 입고 등교하지 말 것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교원은 "교사들은 유아들과 활동하기 위해 청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귀가 지도 시 학부모들이 있기 때문에 복장이 단정해야 하므로 청바지를 입지 못하도록 했다"고 적었다. 이 유치원 원감을 포함한 대부분의 교원도 진술서에서 비슷한 내용을 적었다.
교직원들은 또 진술서에서 "원장의 허가 없이 업무메신저 단체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교원은 "(원장) 허락 없이 단체 메시지를 보낸 것을 (원장이) 알게 되었을 경우 질책을 받았다"면서 "(그런 뒤) 단체메시지는 교무부장이 취합해서 (원장의) 결재를 받고 보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적었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교직원들 사이에 빠른 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메신저를 만들어 교육기관에 보급해왔다. 이에 따라 전국의 교사는 메신저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B원장이 이를 사실상 가로막은 것이다.
한 교직원은 진술서에서 이번 자신들의 '갑질 신고'에 대해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의사로 벌떼처럼 추진된 것"이라면서 "몇 년 동안 (원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해온 교직원들을 위해 빠른 조사 진행과 처분을 요청드린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 신고를 받은 경기도교육청은 파주교육청에 조사를 맡겼으나 2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황봄이 경기교사노조 유치원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원장을 뺀 모든 교원이 유치원장을 갑질로 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그런데도 갑질로 상처받은 교사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파주교육지원청은 조사과정에서 오히려 교사들에게 큰 소리를 내는 등 2차 갑질을 한 정황도 있다"고 우려했다.
B원장 "그런 일 없다, 내가 아닌 원감이 한 일"
이에 대해 B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나는 교원평가 점수가 좋게 나왔기 때문에 교사들을 하나하나 불러서 '왜 그랬냐'고 물어보지 않았다"면서 "다만 일부 서술식 평가에서 초과근무에 대해 잘못 적힌 것이 있어서 이를 설명한 적은 있다"고 반박했다.
이 원장은 또 "청바지를 입고 오지 말라는 말은 원감이 했지, 내가 한 것이 아니다"면서 "단체메신저는 업무상으로만 쓰게 되어 있기 때문에 원장인 나도 소통해야겠기에 결재를 받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유치원 원감은 진술서에서 '원장이 청바지를 입고 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적었고, 다른 교사들도 같은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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