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우리편인데.." 민주당서도 수사권폐지 속도조절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에 따른 파장이 당·청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친문 성향인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신 수석은 완전히 ‘우리 편’인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인사갈등이 벌어졌다는 건 심상찮은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이 잘 정비가 될지, 아니면 대통령 부담으로 작용해 레임덕까지 초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은 이날 청와대에 출근해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며 18~19일 휴가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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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 남은 청와대가?” 강경파 득세
신 수석이 사표를 낸 건 지난 7일 박 장관 주도로 단행된 검사장 인사에서 배제된 것이 1차적 원인이다. 하지만 신 수석이 전반적인 국정 기조 전환을 시도했다가 좌절한게 사의 표명의 근본적 원인이란 관측이 시간이 지나면서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여권 발 검찰 수사·기소 조기 분리 주장과 신 수석의 ‘속도조절론’이 충돌한 것도 사표제출을 앞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신 수석이 임명됐을 때 이미 민주당은 검찰 수사·기소 분리에 속도를 내던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16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힘겨루기에서 사실상 완패당하자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지속하겠다”(이낙연 대표)며 검찰개혁특위를 띄웠다.
이에 신 수석은 속도조절론을 펴며 당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2018년 6월 방향을 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니 서둘러 검찰의 6대 범죄 직접수사권을 빼앗을 필요가 없단 취지였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신 수석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나 방향은 공감하는데 시기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다”며 “(추가 법 개정을) 신중하게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親)조국 강경파 인사를 중심으로 검찰개혁특위가 운영되면서 속도조절론은 먹히지 않았다. 강경파는 지난해 12월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설치법과 이달 8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잇달아 발의하며 당의 분위기를 몰고 갔다. 지난 16일 특위회의에선 ‘2월 특위안 발의→3월 당·정·청 회의 및 의원총회→6월 처리’의 로드맵까지 완성됐다. 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정권 초 검찰에 직접수사권을 남긴 게 바로 청와대다. 어떻게 청와대를 믿겠나”라며 “대통령 임기도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주도할 동력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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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했던 속도조절론 분출
하지만 민주당에도 신 수석처럼 속도조절론을 펴는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다음주에 신 수석의 거취가 정리되는 대로 문제제기에 나설 예정이다. 신 수석과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함께 일한 한 중진 의원은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는 신 수석 입장에서 몇달 안에 검찰을 찢자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냐”며 “이 정권 처음으로 민정수석다운 민정수석인 신 수석이 내쳐진다면 당내 동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신 수석 입장에선 검찰개혁은 일단락됐으니 남은 1년은 민생현안에 중점을 두고 싶었을 것”이라며 “소수 강경파 의원들은 확증편향식 검찰개혁안을 내밀고 있는데 공론화 과정에서 반박하겠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한 의원도 “검찰 수사권 조기 분리의 세부안은 특위 내부의 의견일 뿐 당 전체 입장이라고 볼 순 없다”며 “무리한 추진은 당·정·청 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5~6월에 치러질 새 원내대표와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강경론이 득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새 당 대표와 원내대표 후보들이 당을 장악한 강성 친문 당원들의 표심을 얻어야 당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강경파들의 목표대로 6월에 검찰수사권 폐지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수도권의 민주당 다선 의원은 “차기 지도부가 검찰개혁 문제를 최우선시하면 민심이 외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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