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기사의 호소 "더 이상 버틸 힘 없다.. 정부지원 절실"
[김종훈, 유성호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조합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로 고속, 시외버스 노동자들의 생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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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 대출로 할 수 있는 건 다 한 상태입니다. 아르바이트 해가면서 버티고 버텼지만 이제는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승객이 70% 정도 줄어버리니 임금체불도 반복되고 있고요. 이미 (금호고속 소속) 1800명 기사 중 300여 명 가까이가 나간 상황입니다."
최씨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선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책을 마련하려면 최소한 피해실태조사라도 진행돼야 하는데 코로나19 상황이 1년이 다 되도록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해(2020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시외버스는 55.9%, 고속버스는 49.4% 매출액이 줄었다. 비용으로만 따져도 1조 9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18일 공개한 내용도 다르지 않다. 노조에 따르면 금호고속 고속버스의 경우 60%, 시외버스의 경우 70% 매출이 감소했다. 부산 태영고속과 김해여객도 각각 30%, 50% 수준의 매출감소가 있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다수 사업장에서 촉탁 기사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원감축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촉탁은 정년퇴직한 노동자가 회사의 필요에 의해 일정 기간 노동을 제공하는 재채용을 뜻하는 말이다. 고속버스 기사의 경우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이후 촉탁 등으로 63세까지 업무를 연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조합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로 고속, 시외버스 노동자들의 생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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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어려움 호소하는 고속, 시외버스 노동자 ⓒ 유성호 |
이날 최씨는 "지난 3차 재난지원금에서 택시업종 노동자(개인택시 100만 원/법인택시 50만 원)에게 지원금을 줄 때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등 버스업종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4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해 추경에서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업종에 대한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럴 것이 현재 전세버스, 공항버스 등이 포함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고속 및 시외버스 업종은 배제된 상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사들을 포함해 버스업계에서 수차례 특별고용지원업종 포함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3월 정부는 ▲ 여행업 ▲ 관광운송업 ▲ 관광숙박업 ▲ 공연업 ▲ 항공기취급업 ▲ 면세점 ▲ 공항버스 ▲ 전시·국제회의업 등 8개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이 휴업수당의 최대 90%까지 지원된다.
그나마 최씨 등 기사들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정부가 고속 및 시외버스 노동자들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마련을 고심 중이라는 점이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버스업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야 의원들의 요구에 "시외버스, 고속버스, 시내노선버스 3가지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추가 지정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해 최대한 빠른 결론을 낼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최씨는 <오마이뉴스>와의 대화 말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가서 보면 운행이 취소된 버스들이 차고지에 가득하다"면서 "나가는 차들도 손님을 한두 명 태우고 가는 수준이다. 프리미엄 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 감면 등 정부에서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조치부터 취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정부를 향한 요구사항을 재차 강조했다.
▲ 운행 횟수 축소로 주차장 가득 메운 고속버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난해 8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차장에 운행 횟수가 줄어든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한 줄로 주차되어 있던 차들이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서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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