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은 손대고 JP모건은 스톱..美 금융3사가 본 비트코인
‘파죽지세(破竹之勢)’.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딱 이렇다. 암호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8일 장중 5만2531달러(약 5776만원)까지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 고지를 돌파한 지 이틀 만에 5만2000달러도 가뿐히 넘었다.
비트코인 앞에는 순풍만 불고 있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간편결제 업체 페이팔, 마스터카드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나섰다. 뉴욕 멜론은행 등 주요 투자은행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며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비트코인의 이런 거침없는 질주를 바라보는 월가의 금융회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테슬라처럼 상승세에 몸을 맡길 것인지, 투기 광풍에 따른 거품으로 여기고 몸을 사릴지 판단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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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비트코인에 손대기 시작”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생각은 ‘고(GO)’ 다.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비트코인에 손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더 CIO는 “비트코인의 큰 변동성에도 물가 상승과 빚이 늘어날 것이란 가정 속에 사람들이 값이 오를 ‘가치 저장수단’을 찾고 있다"며 "때문에 비트코인에 약간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저금리 등으로 시중에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된 점도 고려했다. 리더 CIO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훨씬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투자자금 회수 기간(듀레이션)이나 금리로도 위험을 분산하기 어려워 현금 자산의 일부를 암호화폐로 갖는 게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블랙록은 지난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개 펀드의 잠재적 투자 대상에 비트코인 추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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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상승랠리 지속 불가”
반면 JP모건의 판단은 ‘스톱(STOP)’에 가깝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파니지르조글루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판단 근거는 기관의 투자 규모다. 지난해 9월 말 이후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 늘었지만 주요 기관의 유입액은 11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파니지르조글루는 “지난해 10~12월엔 진짜 기관의 투자 자금이 흘러들어와 비트코인이 상승했다면, 지난 1월부터는 투기 자금의 영향으로 값이 올랐다”며 “제한된 비트코인의 공급보다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거래가 늘면서 최근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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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브릿지 “개미 투자 NO”
개인투자자(개미)는 비트코인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산운용사 스카이브릿지 캐피털을 설립한 앤서니 스카라무치다. 스카라무치는 현재의 비트코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변동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카라무치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값은 연말에 10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5억 달러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동성 때문에 개인 투자자는 조심해야 한다”며 “2017년 2만 달러까지 올랐다가 이듬해 80%나 폭락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향방에 대한 판단은 엇갈리지만 공통분모도 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여전히 크고, 현재의 가격 상승은 수요 급증에 따른 것이란 생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위험선호 심리가 높아진 데다 유동성이 범람하는 시장 환경에서 암호화폐로 돈이 몰리는 건 이상하지 않다”면서도 “(비트코인이) 본격적인 투자 대상이 되려면 적절한 가치평가와 가격 안정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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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급등에 웃음 짓는 8인은?
한편 비트코인의 급등에 제대로 올라탄 이들도 있다. 코인데스크가 꼽은 비트코인의 최대 수혜자 8명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미국의 유명 힙합 스타 제이지,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 공동창업자인 윙 클 보스 형제,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등 비트코인 자산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다. 비트코인 세금납부를 추진 중인 프란시스 수아레스 마이애미 시장도 비트코인 강세의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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