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라니.. 삼중음성 유방암 새 치료법에 파격 지원 필요"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1. 2. 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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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민환 연세암병원 교수 "경제적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환자 많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민환 교수​/사진=연세암병원 제공

지난해 유방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많았다. 조기 유방암과 전이성 유방암에 사용하는 퍼제타의 보험급여 범위 확대, 유방암 신약 키스칼리 보험급여 적용 등이 성사되면서 유방암 환자들은 효과적인 약을 더 적은 비용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을 누리지 못한 환자들이 있었다. 바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치료 효과가 좋은 약제가 극히 드문데다 그나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면역항암제가 급여권 진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어떤 질환이기에 환자들이 소외감을 호소하는 것일까? 헬스조선이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민환 교수를 만나 삼중음성 유방암의 특징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Q.유방암은 비교적 경과가 좋다고 알려졌는데 삼중음성 유방암은 예외인가?

일반적으로 유방암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데, 가장 전형적인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 60%, 표적치료가 효과적인 HER2 양성 유방암이 15~20%를 차지한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이 둘을 제외하고, 호르몬 수용체(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와 HER2 표적 수용체가 모두 없는 유형을 가리킨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경우, 질병의 경과 자체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고 표적항암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삼중음성 유방암은 표적 수용체가 모두 없기 때문에 기존 표적항암제로 치료가 어렵고, 재발과 전이도 잘되는 공격적인 암이다. 게다가 진단을 명확하게 내리기 쉬운 암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더 까다롭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여러 가지 타입이 존재한다고 볼 정도다. 실제 어떤 환자는 삼중음성 유방암 진단 후 2~3년까지 생존하는 반면, 어떤 환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병이 악화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Q.다른 유방암과 비교해 재발률이 높은 편인가?

그렇다. 재발률이 다른 타입의 유방암과 비교해 더 높다. 삼성병원에서 국내 유방암환자 약 3만5000명의 데이터를 정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삼중음성 유방암의 전체생존기간이 다른 유방암 대비 약 2배 정도 짧다.

특히 삼중음성 유방암의 재발률이 다른 유형에 비해 높다. 삼중음성 유방암 재발이 특히 더 문제인 이유는 치료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담당하는 환자 10명 중 7~8명 이상은 암이 재발하지 않지만, 재발한 경우에는 치료도 상당히 힘들고, 평균 생존기간도 약 1~1.5년 정도에 불과하다.

Q.치료가 굉장히 까다로워 보인다. 일반적인 치료법은 무엇인가?

유방암은 조기 단계 환자 비중이 95% 이상이기 때문에, 치료를 말할 때 조기와 전이를 구분해야 한다.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은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암 중 하나로, 주로 강력한 세포독성항암제와 수술적 치료를 통해 재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전이나 재발이 된 환자의 경우는 굉장히 치료가 어렵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표적 수용체가 없어 표적항암제가 아닌 세포독성항암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세포독성항암제에 의한 부작용과 내성이 발생하게 돼 예후가 좋지 않다.

Q.표적항암제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의미인가?

맞다. 불과 5~10년 전만 해도 삼중음성 유방암은 표적항암제 치료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고, 실제로 표적항암제 자체가 거의 개발되지 않기도 했다. 최근에야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도 표적항암제가 많이 시도되고 있다. BRCA 유전자 양성인 경우에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 계열 표적항암제를 사용하고, PD-L1(Programmed death-ligand 1) 양성인 경우에는 면역항암제를 시도하는 식이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서 주로 나오는 경우이긴 하나, 삼중음성 유방암이라도 PI3K/AKT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경우 PI3K나 AKT에 대한 저해제를 사용할 수 있다. 유형을 떠나 드물게 낮은 수준의 HER2 양성을 보이는 경우는 HER2-ADC(항체-약물 결합체) 약제를 사용할 여지도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Trop-2(Tumor-associated calcium signal transducer 2)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사시투주맙 고비테칸(sacituzumab govitecan)도 나왔다. 앞으로 표적치료제도 점점 세분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Q.재발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무엇인가?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을 비롯한 면역항암제가 가장 범용성 있는 치료제라고 보고 있다. 재발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PD-L1 양성인 환자에게 사용되는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의 병용요법(아테졸리주맙+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이다.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의 3상 임상 IMpassion130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임상시험에서 PD-L1 양성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은 모두 유의하게 연장됐다.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은 PD-L1 양성 환자에게 25개월의 전체생존기간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처음으로 2년 이상의 생존기간이 확인된 것이다. 최근에는 또다른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도 재발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사용과 관련, 미국 FDA 허가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60~70% 환자, 즉 PD-L1 음성 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가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 중 10~1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BRCA 양성 환자에게는 올라파립, 탈라조파립 등 PRAP억제제를 쓸 수 있다. 물론 환자 비율이 10% 정도로 적어, 널리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PI3K와 AKT1 유전자 돌연변이 역시 아직은 연구가 많이 필요한 상태다. 최근에 사시투주맙 고비테칸 약제가 등장해, 앞으로 타입에 관계없이 2차 치료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다.

Q.항암치료에서 이상반응은 중요한 문제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 이상반응도 적은 편인가?

그렇다. 특히 유방암에서는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같이 시행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면역항암제를 함께 사용해서 세포독성항암제 단독사용보다 이상반응을 높이지 않는 것은 중요한 결과다. 아테졸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3상 임상연구에서는 치료를 중단해야 할 중증 이상반응 발생도 아주 적은 편이었다.

일부 환자에서 이상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가 면역성 합병증, 폐장염, 호중구감소증, 대장염, 혹은 매우 드물게 뇌염, 신장염 등이 발생했다. 피부와 갑상선 질환은 면역항암제 이상반응 중 가장 흔하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피부도 바르는 약으로 보존되는 환자도 있지만 일부는 피부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면역항암제를 처방했을 때 의미가 있는 이상반응이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세포독성항암제 치료가 물론 힘들지만, 면역항암제를 병용해서 더 힘들어지는 확률은 10명 중 1~2명 수준이다. 사실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치료과정에서 제일 힘들어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티쎈트릭 840mg을 2주마다 맞게 되는데, 비급여이기 때문에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Q.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가 많은가?

굉장히 많다. 치료를 시작하기도 어렵고, 효과가 있는데도 사용을 중단하는 환자도 많다. 치료를 중단한 분들 중에는 사용 가능한 표적항암제가 마땅히 없어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당연히 상태가 더 악화된다. 면역항암제 치료가 중단되면 다시 질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상당수의 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 하나 때문에 면역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Q.건강보험재정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비용 약제인 면역항암제 보험급여 범위를 확대하면 국가 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다양한 해법이 있을 것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등 학계에서도 여러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을 조금 더 경청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암 환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효과 있는 약'이다. 현재 우리나라 보험체계는 MRI, CT 등 검사는 아주 저렴하게 해줄 수 있지만, 치료할 약은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연간 2만3000명 발생하고, 이중 삼중음성 유방암은 약 12%다. 여기에는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가 포함되어 있으니 재발 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만 보면 그보다 적을 것이다.

항암 효과를 1.5~2배까지 올릴 수 있는 훨씬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도 비급여로 인해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보니 환자에게 임상연구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게 되는데 임상연구를 통해 약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간도 보통 2~3년 정도다. 그 이후에는 약 지원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임상연구에만 맡겨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Q.삼중음성 유방암 전문의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삼중음성 유방암이 다른 유형의 유방암에 비해 전이나 재발률이 높지만, 치료를 포기할 수준으로 경과가 안 좋은 질환은 아니다.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이 90%이고 재발률은 약 15~20% 내외인데, 이보다는 좋지 않은 수준일 뿐이다.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효과가 있는, 근거가 확실한 약에 대한 파격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물론,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면역항암제가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면역항암제가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근거도 없다. 전체 암환자 중 약 10~15% 환자 정도만 면역항암제에 반응할 것으로 추정되고, 반응하는 환자들 중에서는 내성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특정 질환에서 효과가 분명한 약이고, 근거수준이 굉장히 높다면 확실한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암 환자가 근거 수준이 매우 낮은 구충제를 사용하거나 대체치료를 받게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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