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지원금 기준 보니..'억대 수입' 부자 자영업자도 받는다

손해용 2021. 2. 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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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대상ㆍ금액을 ‘폭넓고, 두텁게’ 가져가겠다는 여당ㆍ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거나, 그간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던 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게 과연 정당하냐는 것이다.

여당과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 대한 4차 재난지원금 기준을 기존 ‘연 매출 4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연 매출 4억 이하는 전체 소상공인 중 86%, 연 매출 10억 이하는 95% 수준이다. 사실상 매출액이 감소한 소상공인 대부분에게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소속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업종별로 현실성 있는 방역지침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저녁 8시부터 유흥업소 영업을 시작하는데 밤 10시 이후 영업 제한 기준을 적용하면 사실상 2시간 밖에 영업하지 못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뉴스1]



4차 지원금 대상 매출 '4억→10억 확대

문제는 매출액이라는 기계적인 기준에 따라 지원금을 풀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마다 영업이익률이 천차만별이어서다.

예컨대 대표적인 서민 창업 아이템으로 꼽히는 커피전문점ㆍ치킨전문점ㆍ베이커리의 2018년 기준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21.6%ㆍ17.6%ㆍ15%(KB금융그룹 조사)로 다르다. 범위를 넓게 봐도 음식ㆍ숙박업은 2016년 기준 11.4%인 반면, 도소매업은 4.2%(국회예산정책처 조사)로 차이가 크다.

상품 경쟁력과 업종ㆍ입지ㆍ상권 등에 따라 매출은 많지만 이익이 작은 곳도 있고, 반대로 매출은 작지만 이익은 많은 경우도 있다. 단순하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영업이익률이 높아 억대 수입을 얻는 ‘부자’ 자영업자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영업이익률은 낮은데, 지원 기준이 되는 매출액을 조금 초과한 소상공인은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4차 긴급재난지원금 어떻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창업 시점, 종업원 수 등 세부기준도 마찬가지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2019년 11월 이전 창업)대로라면 지난해 신규 창업자에 대한 지급은 어려울 전망이다. 식당ㆍ학원 같은 서비스업은 특성상 종업원 수가 많은데 상시 종업원이 5명이 넘어가면 지원금을 못 받는다. 매출 타격이 심각하더라도 종업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기준을 충족하면 모두 받고, 기준에 미달하면 전혀 받을 수 없는 식의 ‘절벽’이 있다면 경계에 있는 소상공인의 반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세금 안내는 노점상도 지급 검토
소득을 축소 신고하거나, 객관적인 매출 파악이 어려운 점포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 꼬인다. 특히 여당에서 “노점상과 같이 아예 세원ㆍ과세 자료가 없어서 누락된 분들을 포함해야 한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고 나오면서 형평성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불법 노점상이나 미등록 사업자 등은 현금 거래가 대부분이라 코로나19에 따른 인과 관계와 손실 규모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면서 “특히 그간 점포 없이 영업하며 과세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기 때문에, 가게를 임대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 장사하던 상인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세버스연대지부 기자회견을 마친 전세버스 노동자들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촉구 메시지를 내걸고 여의대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리 지갑’인 월급쟁이의 불만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급여생활자 중에서도 수입이 줄어든 경우가 적지않다. 직장인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영업자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닌데 왜 내가 낸 세금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자영업과 연관된 영세기업 등 일반 기업의 피해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이들까지 지원한다면 현재 거론되는 수준을 훨씬 웃도는 예산이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난지원금이 경제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셈법’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표면적인 것이고, 그간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던 계층의 ‘표심’(票心)을 얻겠다는 의도 아니겠나”라며 “재난지원금 지급이 4차ㆍ5차 등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ㆍ김기환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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