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장기 전망-V자 반등에도 고용 회복은 2024년 이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유동성 장세를 펼쳐온 뉴욕 증시는 최근 공매도 세력에 맞선 미국판 동학개미들의 반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큰 폭의 조정이 올 것이라는 신호일지, 아니면 이 역시 유동성 장세의 스쳐가는 풍경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만약 모든 투자자가 10년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있다면 장단기 투자 전략을 짜는 데 훨씬 유리할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블랙스완’을 경험하면서 장기 예측 무용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경제의 중장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2월 초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간의 미국 경제를 예측한 보고서를 내놨다. 1974년 설립된 CBO는 우리로 치면 국회예산정책처와 비슷하지만 무게감은 훨씬 크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일반 예산을 행정부가 아닌 의회가 수립하기 때문에 CBO의 위상도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미국 경제의 복원력에 대한 자신감이 담겼지만 고용 문제만큼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이 눈길을 끌었다.
CBO는 먼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 4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4분기 -2.5%에서 사실상 ‘V자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이어 내년 2.4%, 내후년 2.3%에 이어 2025년까지 2%대 초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2026~2031년의 연평균 성장률 예상치는 1.6%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7%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물론 헬리콥터에서 뿌려대는 달러 덕분이지만 지난해 7월 CBO 예측에 비하면 경기 하강폭은 더 작았고, 회복 속도는 더 빠르다는 진단이다.
다만 긍정적인 뉴스 일색은 아니다. CBO는 미국 경제가 성장은 하더라도 2025년까지는 잠재성장률 이하에 머물 것으로 관측했다. 고용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전,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였던 과거로 돌아가려면 아직 먼 길을 가야 한다는 얘기다.
CBO는 올 4분기 말 미국 실업률이 5.3%로 지난해 말 6.8%보다는 1.5%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업률은 2022년 4.9%, 2023년 4.6% 등으로 여전히 4%대 상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CBO는 실업률이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2024년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시장 투자자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대목은 CBO 역시 최소 2024년까지는 급격한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으로 선회를 예상하지 않고 추세 전망을 내놨다는 점이다. CBO는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1.6%로 오르겠지만 이후 완만한 흐름을 이어가며 2023년 1.9%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상승률이 2%를 단기적으로 넘더라도 이를 용인하도록 제도를 변경해둔 상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다는 것은 제로금리가 그만큼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CBO 경제 전망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 예산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 1년간 연방정부가 쏟아부은 예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더 집어넣어 조기에 경기를 완전히 되살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공화당은 정부 부채 증가, 인위적 부양의 부작용 등을 거론하며 예산 축소를 요구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대로 추가 부양이 이뤄지면 올해 미국 성장률이 1% 안팎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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