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항공그룹의 몰락..무리한 해외투자가 발목 잡았나

김대기 2021. 2. 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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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인수합병(M&A) 포식자’로 불렸던 하이난항공(HNA)그룹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결국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 HNA그룹은 기업회생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부채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최근 자금 횡령 정황까지 불거지면서 앞날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HNA그룹은 1월 29일 하이난성 고급인민법원으로부터 파산·구조조정 요구 통지서를 받았다. 앞서 HNA그룹 채권자들은 회사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자 법원에 파산·구조조정을 신청했다. HNA그룹 최대 채권자는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개발은행이다.

1993년 항공운수를 주력 사업군으로 설립된 HNA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8개를 포함한 4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핵심 계열사 하이난항공은 700여대 항공기를 보유했고 계열사만 14곳에 달한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차이신은 “현재 400여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2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이들 계열사 부채 총계가 그룹 전체 부채의 85%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HNA그룹 부채는 2019년 6월 말 기준 7067억위안(약 120조원)이다.

HNA그룹은 해외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세를 빠르게 키워나갔다. 도이체방크 지분은 물론 힐튼호텔 체인으로 유명한 월드와이드 지분을 사들였고 부동산과 영화사까지 매입했다. 2015~2017년 사들인 자산만 400억달러(약 44조원)에 달한다.

▶자금 횡령에 코로나19發 유동성 위기

문제는 M&A 자금 대부분을 부채로 충당했다는 점이다. 외형은 커진 반면 재무구조가 취약했던 HNA그룹은 2017년 하반기부터 유동성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이 무렵부터 중국 당국의 규제 강도도 세졌다. 당시 HNA그룹과 같이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중국 대기업이 늘어나자 중국 당국이 급격한 자본 유출·불법 자금 세탁 등을 염려해 단속을 강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또 다른 복병인 코로나19를 만났다.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난항공 순손실액은 최대 650억위안으로 추정된다. 하이난항공은 “현재 채권단 구조조정 요구를 받아들여 자산 매각 등의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감액된 손실액은 460억위안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계열사들이 잇따라 모기업의 불법 자금 횡령 정황을 드러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2월 1일 HNA그룹 산하 하이항홀딩스, 궁샤오다지, 하이항지추는 HNA그룹이 이들을 통해 횡령한 자금 규모가 630억위안에 달한다고 폭로했다.

HNA그룹은 현재 자산 매각, 계열사 정리, 출자전환, 지방정부 수혈 등 방식으로 기업회생을 모색 중이다.

구강 HNA그룹 당서기는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최종 목표는 그룹 재편”이라고 강조했지만 HNA그룹 미래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중국 매체 화샤스바오는 “HNA그룹 재정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당국도 관심을 갖고 HNA그룹 구조조정을 살펴보고 있는 만큼 재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CNN은 청산 절차를 밟은 안방보험 사례를 언급하면서 “HNA그룹의 파산 신호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안방보험은 2014년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힐튼 최고급 호텔 ‘월도프아스토리아’를 19억5000만달러에 사들이는 등 공격적인 M&A로 한때 자산 규모가 2조위안에 달했던 중국 대표 보험그룹. 그러다 2018년 중국 당국이 해외 불법 자금 유출과 불투명한 경영으로 논란이 된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전격 인수했고, 그로부터 2년 뒤 안방보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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