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석면노출' 조선소 노동자들, 건강관리카드 발급해야"
[윤성효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18일 산업안전보건공단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에 대한 건강관리카드 발급을 요구했다. |
ⓒ 윤성효 |
과거 1급 발암물질인 '석면' 관련 작업을 했다고 증언하는 거제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중 암 발생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는 가운데,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해당 노동자들에게 건강관리카드(수첩)를 발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18일 산업안전보건공단 경남본부를 방문해 과거 석면에 노출됐다는 노동자 49명의 건강관리카드 집단 발급 신청을 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고, 2009년 석면 사용이 법으로 전면 금지됐다. 석면 질환은 10~40년의 잠복기가 있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에서는 1999년 이후 석면 사용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 이전부터 석면 작업을 해온 노동자들 사이에서 암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1982년 입사해 2년간 석면포 설치와 절단, 제거하는 작업을 맡았다는 김아무개(당시 55세)씨가 1996년 '석면 흡입에 의한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기도 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석면 관련 업무상질병 사례는 다수가 있다. 2018년 한 노동자는 "작업 현장에서 석고보드 등 사용으로 석면 분진이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2020년 다른 노동자는 "1984년 9월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작업 과정에서 고농도의 석면에 노출됐고, 입사 후부터 1997년까지 작업 과정에서도 석면에 노출"이라는 내용의 업무상질병 판정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길종 "형은 대우조선해양 퇴직 이후 폐암"
이날 신청 현장에서는 피해자 가족의 호소도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에 다니다 석면 작업하다 암에 걸렸던 친형을 두었던 이길종(거제)씨는 "형이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이를 산업재해로 신청해 과거 석면 노출 사실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선박 건조를 수행하는 업체에서는 내화피복용, 흡음, 단열용, 결로방지용, 보온 등의 목적으로 석면이 광범위하게 사용됐다"며 "석면이 유해하다는 인식조차 없고 법적으로 규제조차 하지 않던 시절이라, 그때 작업자들은 휴게를 할 때 추운 바닥에서 석면포를 덮어쓰고 추위를 피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현장에 들어오는 석면포를 직접 들고 작업장으로 이동해 배관이며, 천장과 선실 등에 직접 크기에 맞게 잘라서 쓰고 붙이고 하면서 노동자들은 그 밀폐된 조립 블록 안에서 석면을 마시며 하루하루 가족을 위해 생계를 책임지며 일했다"고 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18일 산업안전보건공단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에 대한 건강관리카드 발급을 요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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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종씨는 "현재는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에 과거 석면을 사용해 폐암이니 폐질환이 생겼다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회사는 '석면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없으며, 유리섬유를 사용했다'고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다가 1996년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김아무개씨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며 "현재는 '글라스울'과 '암면'으로 자재가 대체됐다. 대체됐다는 말은 그 전까지 이들 물질 대신 다른 물질을 사용했다는 의미이고 그것이 바로 석면이다"고 덧붙였다.
이길종씨는 "형을 비롯한 많은 노동자가 1980년에서 1990년대에 석면이 이리도 위험한 물질인지도 모르고 그것을 마시고 피부에 침투되는지도 모르고 일하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발생했다"며 "노동자들이 직접 몸으로 겪은 그 기억이, 그리고 산재로 인정받은 점들이 바로 그 증거다"고 했다.
그는 "형은 1984년에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신설생산부에서 주로 석면과 유리섬유로 작업하다 2014년 정년퇴직했다. 형은 감기, 폐렴, 폐암말기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1년도 걸리지 않았다"며 "석면으로 인한 폐암은 주로 십수년 이후부터 발생한다. 대부분 정년퇴직 후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관리카드가 중요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상 업무를 넓히고 적용 기준을 완화하라"
건강관리카드는 발암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를 정부가 추적 관리햐 건강을 예방하고 신속한 산배 보상 지원을 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이직이나 퇴직 후에도 매년 무료로 특수검진을 받을 수 있고, 질환 발생시 의사 소견을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건강관리카드업무처리규칙은 공단이 카드 발급 대상 업무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을 파악해 매년 1회 이상 카드 발급에 관한 안내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공단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과거 일했던 노동자 6명이 신청했던 건강관리카드를 발급하지 않았다. 공단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석면을 사용한 근거가 없다"며 카드 발급을 거부했던 것이다.
최근 공단은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가 요청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거제 소재 사업장의 카드 발급 이력이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지회는 "환경부가 2016년, 2017년에 걸쳐 조선소 반경 2km 거주하는 거제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석면 검진을 실시했고, 그 결과 조선소에서 퇴직한 노동자 3명한테서 흉막반 증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이은주 실장은 "1996년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조선소 첫 석면 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던 일이 있었다. 산재신청 과정에 함께하고 지원을 했었다"며 "지금도 당시에 병원에 입원하여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노동자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여 년이 지난 우리의 현장, 우리의 모습을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일하다 다치면 노동자의 책임이며, 일하는 과정에 노출된 유해물질로 질병에 걸려도 개인이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다며 또 다시 노동자의 책임으로 또 넘긴다. 이 잔인한 되물림을 끊어내어야 한다"고 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본부 관계자는 카드 발급이 거부됐던 6명에 대해 "해당 업무에 종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미비했다"며 "회사에 공문을 보내 해당 업무 담당자였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회사는 해당 업무 종사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업무 연관성이 확인돼야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18일 산업안전보건공단 경남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에 대한 건강관리카드 발급을 요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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