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보편적 재난지원의 가치

문채석 2021. 2. 1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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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濁流淸論(탁류청론)] "선별지원 그치면 공정한 선정기준 만들기 어려워"

탁류청론은 사회적으로 찬반이 격렬한 주제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분석과 진단을 실은 칼럼입니다. 이번 주제는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입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재난지원금은 세 가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첫째, 정부 정책에 의해 집합 금지·영업 제한 업종으로 지정되어 입는 손실에 대한 보상, 둘째, 코로나19로 비교적 큰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선별지원, 셋째,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때문에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보편지원이다. 첫째와 둘째에 대해서는 지급 규모와 대상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대체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듯하다. 3월 말 지급할 예정이라고 알려진 4차 재난지원금의 성격은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셋째에 대해서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정부 방침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논쟁은 최근 여당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본소득 논쟁과도 연계되어 있어서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는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첫째,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나 있는 국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돈으로 규정한다면, 국민 모두가 재난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게다가 모든 국민은 헌법이 규정한 납세의 의무에 따라 각종 세금을 낸다. 특히 중산층 이상은 전체 세수 중 많은 부분을 감당한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비용은 실컷 부담하고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을 때는 배제된다면, 내심 어떤 생각이 들까? 이들은 앞으로 비슷한 유의 지원금 지급이나 저소득층 대상의 복지지출에 대해 숨은 반대 세력이 되기 쉽다. 선별지원으로 정책의 ‘가성비’를 높이려다 향후 유사한 정책을 아예 거론하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둘째, 선별지원만으로 그칠 경우, 공정한 선정기준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선별지원을 공정하게 하려면 모든 국민의 피해 정도를 일일이 측정한 후 그에 비례해서 지원금 액수를 정해야 할 텐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하든 선별지원에는 기준의 공정성 문제가 따르고 마련이고, 지원대상이 되지 못하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을 받는 사람들에게서 불만과 원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얼핏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저소득층이라 해도 피해 정도는 천차만별이고 작년의 소득과 올해의 피해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므로 공정성 시비를 벗어나지 못한다.

셋째, 보편적 지원금은 모든 국민에게 대한민국 주권자로서의 정체성을 실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을 듣고 자라지만 자신이 가진 주권의 경제적 효력을 체감하지 못하고 살아온 국민이 태반이다. 과거에 경제 위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가의 지원은 으레 기업이나 은행 등에 집중됐다. 일반 국민은 감히 그 혜택을 누릴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이번 기회에 주권에 상응하는 급여로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국가가 국민을 실질적 주권자로 대우하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각 국민이 가진 주권은 동등하므로 이 급여도 똑같이 지급함이 마땅하다.

재난지원금을 두고 선별이 옳으냐, 보편이 옳으냐 다툴 일은 아니다. 정부 정책으로 입은 손실에 대해서는 당연히 선별 지원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큰 경우에 대한 선별지원은, 피해가 커서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될 때만 시행하는 것이 옳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지원은 국민을 주권자로 대우하는 가치 있는 정책일 뿐 아니라 선별지원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효과도 크다. 소비 진작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 여당이 이런저런 핑계로 이를 자꾸 미루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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