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이 용어만큼을 알아야죠_주린이를 위한 경제 가이드 #2
경제지에 입사한 후 얼마 안 된 날이었다. 수습 기자 교육 차원에서 다양한 출입처를 견학했다. 그날은 증권사에 방문했다. 애널리스트 한 분이 나왔다. 나는 그날 애널리스트가 한 말 중 10%도 이해를 못 했다. 아마도 헤지, PER, PBR, 밸류에이션, IB, PEF, ROE와 같은 전문 용어가 쏟아졌을 테다. 이 수수께끼 같은 용어 앞에서 쩔쩔맸다. 대충 알아들은 척 고개만 끄덕거렸다. ‘경제지에 취업한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라는 후회까지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람들은 ‘주식은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복잡한 주식 용어들은 초보 투자자를 주눅 들게 한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의 전설 피터 린치는 이렇게 말한다. “주식시장에서 필요한 수학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면 충분하다”
결국 주식투자의 핵심은 기업이다. ‘이 기업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는가’ ‘버는 돈에 비해 주가는 고평가됐는가, 혹은 저평가됐는가’ 주식 용어 대부분은 결국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투자자 모두가 경제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경제신문 기사를 어려움 없이 읽을 지식이면 충분하다. 투자 용어들을 정리해봤다.
상장이란 기업이 주식시장에 데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린 상장사에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최근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밝혔다.
코스닥/코스피
코스닥은 주로 벤처기업, 중소기업이 상장한 주식시장이다. 코스피는 코스닥보다 덩치가 큰 기업들이 상장한 시장이다. 대기업 대부분은 코스피에 속해 있다.
매수/매도/익절/손절
매수는 주식을 샀다는 말이다. 매도는 주식을 팔았다는 뜻이다. 익절이란 주식을 산 후 수익을 낸 상태에서 파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손절은 손해를 본 상태로 주식을 파는 경우다.
상한가/하한가
우리나라 증시는 안정성을 위해 하루 등락 폭을 30%로 제한한다. 한 기업의 주가가 아무리 폭등해도 하루에 30% 이상 오를 수는 없다. 반대로 폭락하더라도 30% 이상 하락하진 않는다. A기업 주가가 하루에 30% 올랐을 때 “A기업 주가가 상한가를 쳤다”라고 말한다.
시가총액
기업의 현재 주가와 발행 주식 수를 곱한 금액을 시가총액이라고 한다. 흔히 ‘시총’이라고 줄여서 말한다. ‘시총’은 기업 몸값 그 자체다. 참고로 삼성전자 ‘시총’은 500조원 중반이다. 애플의 ‘시총’은 2500조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한 모든 기업의 ‘시총’을 합쳐도 애플 ‘시총’보다 낮다.
흔히 ‘퍼’라고 부른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을 나눈 것’을 말한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PER=주가/주당순이익. 벌써 혼란스러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차근히 설명해보겠다. 주가가 무엇인지는 모두 알 것이다. 그럼 주당순이익은 무엇인가. A 기업이 주식을 총 100만주 발행했다고 가정해보자. 주당순이익이란 A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식 수인 100만주로 나눈 값이다. 즉, 주당순이익이란 A라는 기업이 주식 1주당 이익을 얼마나 냈는지 알려준다.
그래도 복잡하면, 이것만 기억하라. PER은 이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이 비해서 주가가 비싼지, 저렴한지 판단하는 지표다. 예컨대, 주가가 1만원인 기업의 주당순이익이 1000원이라면 PER은 10이다. PER이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 주식이다. 흔히 PER이 10 이하면 저평가 주식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PER이 20이 넘어가면 고평가 종목으로 본다. PER은 업종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IT기업들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가치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 그래서 다른 업종보다 PER이 높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테슬라의 PER은 무려 1000이다.
PBR (Price to Book Ratio: 주가순자산비율)
PBR도 위에서 설명한 PER처럼 주가의 가치 여부를 따지는 지표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즉, PER이 ‘기업의 이익’으로 주가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라면 PBR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으로 주가의 적절성을 따진다.
PBR이 1배인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자.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와 현재 주가 가치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만약 이 회사가 내일 문을 닫고 자산을 모두 처분하면, 투자자는 딱 현재 주가만큼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대로, PBR이 1배 이하라면 현재 이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PBR이 낮다는 건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증거다. 주의할 점도 있다. 사양산업인 경우에도 PBR이 낮게 나온다.
ROE (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
ROE란 기업이 자신의 자본을 활용해 1년 동안 어느 정도의 이익을 거뒀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쉽게 말해, 어떤 기업이 효율적으로 돈을 잘 벌었는지 알려준다. A기업이 10억을 투자해 1억의 이익을 냈다면 ROE는 10%다. ROE가 높을수록 효율적으로 돈을 잘 버는 기업이다. 참고로 워런 버핏은 ROE가 최소 15% 이상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려면 IPO를 거쳐야 한다. IPO는 우리나라 말로 ‘기업공개’라고 불린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은 ‘기업공개’를 통해 기업 정보를 샅샅이 공개해야 한다. 지분구조, 재무구조, 주요 경영이슈 등 상세한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흔히 IPO를 한다는 것은 증시에 상장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스팩(SPAC)
스팩은 최근 경제 기사에 부쩍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스팩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다. 해석하면 ‘기업인수목적회사’다. 오직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기업을 스팩이라고 부른다. 스팩은 실체가 없는 회사지만 일단 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 상장한 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은다. 이 자금으로 스팩은 합병할 기업을 찾는다. 스팩과 A라는 기업이 합병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미 증시에 상장한 스팩 덕분에 A기업도 자동으로 상장사가 된다. 스팩은 스타트업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증시 입성이 어려운 기업의 상장을 돕는다. 최근 미국은 스팩 투자 광풍이다. 스팩이 어떤 기업을 인수하는가에 따라 단기간에 수익률이 치솟기도 한다. 국내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최근 스팩에 큰 관심을 보인다.
공매도
공매도만큼은 알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최대 경제 이슈가 공매도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일 “공매도 금지”를 외친다. 코로나 때문에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정부는 일단 5월까지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공매도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시끄러울까.
사례로 설명해 보겠다. 현재 A라는 기업의 주가가 10만원이다. 그런데 나는 조만간 이 기업의 주가가 내려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A 기업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싶다. 어떻게? 일단 A의 주식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그에게 주식 1개를 빌린다. 이 주식은 며칠 뒤에 갚기로 약속한다. 이렇게 빌린 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 현재 가격인 10만원에 판다. 그럼 내 계좌엔 10만원이 들어온다. 며칠 뒤 나의 예상대로 A 기업 주가가 5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면 나는 5만원을 주고 A 기업 주식 1주를 다시 산다. 그리고 며칠 전 내게 이 주식을 빌려줬던 사람에게 갚으면 된다. 즉, 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만원을 벌었다. 이것이 공매도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투자자는 돈을 잃는다.
공매도는 대형 기관이 주로 사용하는 투자법이다. 공매도하려면 일단 누군가로부터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빌리기 어렵다. 우리는 주식이 상승하리라 기대하고 투자를 한다. 반대로 공매도 세력은 주가 하락을 바라며 투자한다. 공매도한 후 해당 기업 주가를 떨어뜨리려 악성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공매도 세력이 미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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