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얼' 보여주겠단 무대에 일본 성 띄웠다..황당한 KBS
KBS가 왜색논란에 휩싸였다. 설 연휴에 방영된 국악 기반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무대 배경 이미지에 일본풍의 건축물이 등장하면서다. 수신료 인상 논란과 함께 비난이 확산하자 KBS는 현재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 관련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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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얼 보여주겠다더니 일본성(城) 등장
왜색논란이 불거진 장면은 지난 11일 KBS가 설 특집으로 방영한 ‘조선팝어게인’에서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 한국의 얼을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국악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한 이른바 ‘조선팝’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범 내려온다’는 곡으로 전 세계에 ‘K흥 열풍’을 일으킨 밴드 ‘이날치’의 공연 도중 무대 배경에 일본성(城)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등장했다. 당시 이날치가 공연한 ‘여보나리’란 곡은 판소리 수궁가의 내용을 담고 있어 용궁을 표현하기 위해 성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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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아닌 NHKBS냐” 비난 확산
지난 17일 뒤늦게 온라인에선 이 성의 이미지를 두고 일본의 ‘오사카성’이나 ‘히메지성’과 같은 일본성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러 층으로 이뤄진 누각 부분이 두드러져 대표적인 일본성 건축양식인 천수각(天守閣)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누가 봐도 우리나라 성이 아닌데 어떻게 일본 성을 배경으로 쓸 수 있느냐” “대천수각과 소천수각으로 구성된 왜성의 모습으로 히메지성 스타일이다” “조선팝이라고 소개해놓고 배경을 일본 양식 건축물을 집어넣는 게 비상식적이다”와 같은 비판을 쏟아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정신나간 KBS’라는 제목의 글도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 글에는 해당 영상의 캡처 이미지와 함께 “KBS 수신료 폐지가 답이다”라는 내용의 글이 함께 담겼다. 네티즌들은 “수신료의 가치가 부일 매국이었느냐” “이따위로 할 거면 공영방송의 이름표를 떼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같은 날 설 특집으로 방영된 ‘2021 국악동요 부르기 한마당’에서도 같은 일본성의 이미지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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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비공개 전환, “경위 파악 중이다”
현재 해당 무대 영상이 담긴 다시 보기는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 서비스가 중지된 상태다. ‘조선팝어게인’의 ‘여보나리’ 무대를 검색하면 “채널 운영자에 의해 삭제되었거나 제공이 중지된 동영상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나온다. 관련 논란에 대해 KBS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현재 연출을 담당했던 관계자들과 내부 회의를 통해 해당 이미지가 사용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다 여러 악재가 겹친 KBS 입장에서는 관련 논란이 곤혹스럽다. 지난 1월 24일 문재인 대통령 생일에 KBS 열린음악회가 ‘송 투 더 문’(Song to the moon)을 선곡한 것을 두고 정치적 편향성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KBS의 억대 연봉자와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우리 회사 가지고 불만들이 많네”라는 제목의 글이 KBS 직원 아이디로 올라와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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