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모리 떠난 자리에..'성추행 키스' 하시모토 떴다
소치올림픽 뒷풀이서 피겨 선수 성추행 의혹
주간지, "성추행 한번 아냐, 술취하면 상습적"
모리 "딸같은 존재"..그늘 벗어나기 힘들 듯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러난 모리 요시로(森喜朗·84)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후임으로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56) 일본 올림픽 담당상이 선출됐다. 조직위는 18일 오후 열린 이사회, 평의원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하시모토 담당상을 승인했다.
겸직 금지 원칙에 따라 하시모토 담당상은 이날 오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각료 사임의사를 밝히고 조직위원회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다. 하시모토 신임 회장은 이날 조직위 이사회에서 "긴장이 된다. 안심·안전한 올림픽을 위한 체제를 정비하고, 성공을 향해 전력으로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민 하시모토 신임 회장이 모리 회장의 최측근인 데다, 성추행 의혹 등 과거 전력이 다시 부각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시모토 신임 회장은 스피드 스케이트와 사이클 종목으로 여름·겨울 올림픽에 총 7회 출전한 운동선수 출신 정치인이다. 1992년에는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도 출전했고 일본 대표로 성화 릴레이에도 참가했다.
1995년 처음 참의원으로 당선돼 외무성 부대신 등을 역임했고 2019년 9월부터 올림픽 담당상을 맡았다. 선수 출신의 50대 여성인 데다 그동안 올림픽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모리 회장의 사임 직후부터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거론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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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하면 상대 가리지 않고 키스"
하지만 그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과거 성추행 의혹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하시모토 신임 회장은 일본 스케이트연맹 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폐회식 후 파티에서 인기 피겨스케이스 선수인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모습이 주간지에 공개됐다.
보도 후 다카하시 선수는 "강제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연맹 회장과 선수 사이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실상의 성폭력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이를 보도했던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17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하시모토는 성추행 상습범"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는 하시모토 신임 회장이 술에 취하면 남녀 가리지 않고 키스를 강요하는 버릇이 있다는 전직 여성 의원의 증언이 실렸다. 또 술자리에서 몸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등 '노출증'이 있다는 증언까지 언급됐다.
소셜미디어(SNS)에도 과거 이력을 언급하며 하시모토 임명에 반대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링크 법률사무소 소장인 기토 마사키(紀藤正樹) 변호사는 "(하시모토는) 성희롱 문제가 있어 젠더 문제로 퇴진한 모리의 후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트위터로 지적했다.
하시모토 신임 회장은 18일 저녁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7년 전에도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나 자신부터 행동을 바르게 하면서 올림픽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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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네현 지사, 느닷없이 "올림픽 반대"
하시모토 회장이 모리 전 회장과 밀접한 관계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체육계에 있던 하시모토를 정계로 발탁한 것이 모리 회장이며 두 사람은 평소 서로를 "아버지 같은 분" "딸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해왔다. 따라서 하시모토가 회장직에 올랐지만 사실상 모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하시모토 회장은 앞으로 7월 23일 개막 예정인 올림픽 개최 여부는 물론 관중 규모, 3월부터 시작되는 성화봉송 릴레이 시행 여부 등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 마이니치 신문은 17일자에서 "모리 사태로 훼손된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17일에는 마루야마 다쓰야(丸山達也) 일본 시마네(島根)현 지사가 성화 봉송에 협력하지 않겠다며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마루야마 지사는 이날 올림픽 관련 회의에서 도쿄(東京)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언급하면서 "성화 봉송은 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을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성화 봉송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힌 지자체는 시마네현뿐이지만 이후 이같은 결정이 이어질 경우 올림픽 개최에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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