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할리우드 CG 저리 가라..韓 최초 우주 SF
영화의 배경은 2092년의 미래.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은 우주 환경을 오염시키는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전문 업체다. 승리호 선원들이 우연히 몸속에 수소 폭탄을 탑재한 대량살상무기 ‘도로시(박예린 분)’를 발견하면서 스토리가 이어진다.
영화 초반,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시각 효과들이 관객 눈을 즐겁게 만든다. 거대한 우주선 추격전은 ‘스타워즈’를 떠올리게 만들고 장르적 개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떠오르게 한다. 또 우주선 도킹 장면과 미래 도시 광경은 당장 할리우드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비주얼적으로 완벽하다.
뛰어난 CG와 우주 공간에서의 화려한 액션 연출에 비해 각본은 아쉽게도 허술하기 그지없다. 주인공인 태호(송중기 분)가 보여주는 서사는 이른바 ‘한국식 감성’으로 점철돼 있다. 잃어버린 딸, 딸과 비슷한 나이인 도로시의 등장, 이로 인해 흔들리는 태호의 내면과 신파 연기. 영화 ‘아저씨’나 ‘담보’ 등에서 익히 봐온, 어린 여자아이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놓고 그 아이로 인해 착한 사람이 된다는 전형적인 구성이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다.
설정도 그다지 신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이 살 수 없게 된 지구라는 설정, 또 낙원을 만든 설계자가 악역이라거나 빈부 격차의 문제, 마치 ‘블레이드 러너’를 흉내 낸 것 같은 지구의 모습 등은 익숙하지만 낡았다는 인상을 준다. 관객을 놀라게 할 한 방이 부족하다.
배우들은 훌륭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장 선장 역할의 김태리는 이 익숙한 영화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최근에는 다소 흔한 ‘걸크러시’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심드렁해 보이는 태도와는 달리 깊은 내면을 감추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유해진이 연기한 로봇 선원 ‘업동이’는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 익살스러운 캐릭터로 그 역할을 다한다.
한국 영화로서, 또 처음 도전하는 우주 SF 영화로 이 정도의 성과를 냈다는 부분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신파와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를 거둬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기술로는 할리우드를 따라잡았지만 각본과 아이디어는 한참 미치지 못한 모습. 충무로의 ‘아저씨 감성’을 치웠을 때야말로, 한국 상업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할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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