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 어렵고 치명률 높은 '침묵의 암'

나건웅 2021. 2. 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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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암 사망률 1위 '난소암'
골반 깊숙이 위치한 난소에 종양이 생길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다. <고대안산병원 제공>
“건강하게 잘 지내다 갑자기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았어요.” 난소암 환자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난소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려운 반면 치명률은 높아 ‘침묵의 암살자’라고 불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 해 암으로 사망하는 여성 중 절반에 가까운 47%가 난소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1만2669명에서 2019년 2만4134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난소는 여러 종류의 종양이 발생하기 쉬운 신체 기관이다. 워낙 기능과 역할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생식세포인 난자를 보관·성장시키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을 만들어 분비한다.

선천적으로 특정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 난소암이 발생하기 쉽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을 위해 난소난관 절제술을 받은 이유도 바로 이 BRCA 유전자 때문이다. 이 밖에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임신·출산 경험이 없는 경우 등 오랜 기간 배란을 하는 것도 난소암 위험 요인에 속한다. 최근에는 젊은 여성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자궁내막증 환자에서 투명세포 난소암이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다.

암이 발병해도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 난소암 발견과 치료에 가장 큰 애로 사항이다. 골반 깊은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확실한 선별 진단법도 없다. 장하균 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반 부위 불편감이나 소화가 안되는 듯한 더부룩함, 배가 불러오는 듯한 하복부 팽만감 정도가 발현 증상이지만 비특이적인 증상인 데다 이마저도 초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난소암 환자 70% 이상은 3기가 넘게 진행된 상태에서 암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난소암 표준치료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병행해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 시에는 직접 눈으로 암세포 전이 정도를 확인한 후 최대한 많은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복강경보다는 대부분 개복술로 진행된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암세포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수술 후 보조항암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난소암 또한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난소암 예방을 위해 경구용 피임약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배란 횟수를 줄여 난소를 쉬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경구용 피임약을 5년 이상 꾸준히 복용한 경우 50% 이상 난소암의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고 밝혀진 바 있다. 단 피임약 복용에는 출혈, 혈전, 유방통, 두통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만큼 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하균 교수는 “국내 난소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2.1% 수준이지만 적극적인 검사로 초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진다.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예방을 위한 난소난관 절제술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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