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성인 코에 코로나 뿌린다..英 세계 최초 생체 실험
영국이 건강한 성인들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일부러 노출시키는 실험을 진행한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이뤄지는 세계 최초의 생체 실험이다.
1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자원자들에 의도적으로 노출한 뒤 추적 관찰하는 '휴먼 챌린지' 실험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과정과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반응 등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게 연구 목표다.
실험에는 18~30세 성인남녀 90명이 참여한다. 정부는 참가자 모집이 완료되면 한 달 내에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참가자들은 런던 왕립병원에서 최소 2주간 격리된 상태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받는다. 이를 통과하면 곧바로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바이러스는 인체를 감염시킬 수준의 최소량만 사용한다.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스프레이에 담아 참가자 코 주변에 뿌린 뒤 반응을 모니터링한다. 가장 효과적인 백신을 선별하기 위해 일부에게는 임상시험을 거친 코로나19 백신도 투여한다. 모든 과정은 17일간 철저히 격리된 환경에서 진행된다.
이후 참가자들은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연구진은 최소 1년간 참가자의 건강 상태를 관찰한다. 크리스 치우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수석연구원은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법을 가려내야 하는 만큼 몇 년간 실험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에게는 1인당 4500파운드(약 688만 원)의 보상금을 준다. 지원서를 낸 아라스테르 프레이저 어큐하트(19)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두렵지만, 더 나은 백신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며 "보상금 전액은 백신 개발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실험이 더 나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기여해 코로나19의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수십 년 간 장티푸스, 콜레라, 말라리아 등 다른 질병의 치료법 개발을 위해 생체 실험을 시행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 윤리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론자들은 아직 코로나19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고, 젊은 층에서도 중증으로 발전한 사례가 있어 참가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피터 오픈쇼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실험의학 교수는 "지원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지원자에 위험이 따를 경우 연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다이너마이트 3000개에 와르르···먼지가 된 '트럼프 카지노' (영상)
- [단독] 평균 연봉 1.4억…낙하산 인사들이 만든 '신의 직장'
- '한국의 얼' 보여주겠단 무대에 일본 성 띄웠다…황당한 KBS
- 옆자리서 바지 내려 성기 꺼낸 남자···고속버스 공포의 3시간
- 한파 덮친 텍사스 진풍경…자동차 히터 끌어다 집 데웠다
- 청 황제의 사냥… ‘호렵도 팔폭병풍’에 담긴 정조의 북학 의지
- [단독]'꽁냥꽁냥' 애정 과시 부부, 생후 2주 아들 죽이곤 "네탓"
- 학폭에 아들 잃고 대기업 사표···"평생 정신적 고통" 아버지 일침
- 文, 신현수 사의에 "알았다, 후임자 알아보자"
- 거짓말·오판이 부른 '부동산 참사' 보여주는 통계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