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가상과 현실 넘나드는 무대연출·색다른 결말..롱런 이유 있었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기본 서사는 복수극이다.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는 결혼 직전 지인들의 모략으로 외딴섬에서 14년간 감옥 생활을 한다.
에드몬드가 섬에서 탈출한 직후 만난 여선장 루이자가 배의 키를 우측으로 돌리면 영상 속 바다는 즉각 좌측으로 움직인다.
에드몬드가 알버트를 끝내려던 순간, 에드몬드를 무고하게 감금한 검사장 빌포트의 딸이자 알버트의 연인 발렌타인이 가로막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선물할게 끔찍한 지옥/너희에게/기대해도 좋을걸/나의 심판을."(‘몬테크리스토’ 넘버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中)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기본 서사는 복수극이다.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는 결혼 직전 지인들의 모략으로 외딴섬에서 14년간 감옥 생활을 한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그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가명으로 돌아와 정의의 심판을 내린다.
학창 시절 소설 ‘몬테크리스토’를 읽었다. 이를 모티브로 한 게임과 영화도 즐겼던 터라 뮤지컬이라고 다를 게 뭐 있을까 싶었다. ‘권선징악’이라는 낡은 알레고리가 그대로 전개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무대의 막이 오르는 순간 앞선 경험들은 낡은 게 됐다. 신선하고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해 16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올해로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은 인기작다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표현되는 무대 연출이다. 이는 2막 후반부께 에드몬드가 스승 파리아 신부의 유언을 회상할 때 두드러진다. 무대 맨 앞쪽엔 에드몬드 역의 배우 신성록(40)이 서 있고 그 뒤편엔 3D 영상으로 입체감을 키운 숲길이 펼쳐진다. 조명과 함께 영상 속에서 파리아 신부 역의 배우 문성혁(52)이 나타난다. 그가 실제 숲길을 걷는 것처럼 지나가는 장면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조화롭다.
무대 뒤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시시각각 비추는 영상들과 이를 배경 삼아 연기하는 배우들 간의 어색함은 거의 없다. 에드몬드가 섬에서 탈출한 직후 만난 여선장 루이자가 배의 키를 우측으로 돌리면 영상 속 바다는 즉각 좌측으로 움직인다. 실제 바다에서 항해하는 듯 꾸며진 장면은 연기 타이밍과 연출력 모두 흠잡을 데 없다.
소품과 세트도 시선을 끈다. 에드몬드가 긴 지중해 항해를 마치고 마르세유로 입항하는 장면. 실제 배를 옮겨왔나 싶을 정도다. 거대한 배가 관객을 향해 서서히 이동해온다. 배는 에드몬드를 파멸시키고 그의 약혼녀 메르세데스를 빼앗으려는 친구 몬데고와 회계사 당글라스의 밀담 장소로도 활용된다.
무대 디자인도 빼어나다. 무대 양옆에 긴 그물이 설치돼 있고 위쪽엔 큰 돛이 올려져 있다. 공간적 배경으로 배의 갑판이나 부둣가, 섬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와 잘 어우러져 보는 맛을 더했다.
결말은 원작 소설과 다르게 각색됐다. 소설은 주인공의 증오와 복수의 허망함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뮤지컬은 용서와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하이라이트는 2막 중반부다. 에드몬드가 몬데고·당글라스·빌포트를 차례로 응징하고 몬데고·메르세데스의 아들 알버트와 결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에드몬드는 알버트에게 먼저 공격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총알은 에드몬드를 스친다. 에드몬드가 알버트를 끝내려던 순간, 에드몬드를 무고하게 감금한 검사장 빌포트의 딸이자 알버트의 연인 발렌타인이 가로막는다. "사랑은 베푸는 자의 것이잖아요"라며 흐느끼는 발렌타인. 그 말이 옛 스승의 가르침과 오버랩되면서 에드몬드는 원망·증오·복수심을 내려놓고 모두 용서한다.
극 종반부에 알버트가 사실 에드몬드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는 원작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용서가 결국 해피엔딩으로 귀결됐다는 결말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성 같다. 하지만 메르세데스가 정조를 지킨 여성으로 굳이 만들어져야 했을까. 에드몬드를 향한 메르세데스의 깊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