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취한 듯한 죄수들 민가 불질렀다"..미얀마 '공포의 밤' [영상]
미얀마에서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억누르려는 군부의 '공포 정치'도 본격화하고 있다. 군부에 반대하는 시민을 구금,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하는가 하면 밤마다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다.
각종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다. 군부가 공포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근 대규모로 사면한 죄수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도 석방된 죄수들이 밤마다 민가에 나타나 방화를 시도하는 등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우리의 밤은 낮보다 위험하다"는 문구를 단 게시물도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군부가 일부러 불안을 조성한 뒤 사회 안정이란 구호를 내걸고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일보가 접촉한 현지 주민과 교민들이 전한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마을마다 야간 순찰대가 조직되는 등 자구책도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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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증서 든 낯선 이들…곳곳 방화 사건"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란마더에 거주하는 현지인 A씨는 "방화 사건이 잇따르면서 각 마을에 순찰대가 꾸려졌다"고 전했다. 죄수 2만여명이 사면된 12일 밤부터 동시다발적인 방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13일 밤 주민 순찰대가 수상한 남성을 붙잡았는데, 이 남성을 추궁하려 하자 곧바로 경찰이 데려갔다"며 관련 영상을 제공했다. 그는 "누가 보냈는지 묻자 횡설수설하다 입을 다물었고, 2분 만에 경찰차가 와 그를 태워갔다"고 말했다.
A씨는 같은 시간 옆 동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A씨는 "낯선 남성이 시민 순찰대를 향해 발포하려다 붙잡혔다"며 "약에 취한 상태처럼 보였는데 그의 몸에서 지난 12일에 석방됐다는 증서를 발견했다"며 관련 사진을 전했다. 그 역시 경찰이 데려갔다고 한다.
또 다른 미얀마인도 13일 밤 양곤시 따께따동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제보했다. 영상에는 불고리가 밤하늘에서 내려와 민가의 한 건물을 불태우는 모습이 담겼다. 따께따동 주민들이 용의자를 찾았는데, 그에게서 화염병이 발견됐다고 한다.
양곤 흐머비에 거주한다는 주민은 14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한 남성이 주민들에게 수색과 추궁을 당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남성이 갖고 있던 마약, 칼, 수갑이 차량 본넷 위에 펼쳐져 있는 모습도 보인다. 또다른 미얀마인은 수상한 남성에게서 '독'이라 쓰인 약병이 발견됐고, 그가 마을의 물탱크에 이 약물을 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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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불안 조성해 집권 정당화하려는 듯"
8년째 양곤에 사는 교민 박 모씨는 "주변 미얀마인들이 밤새 체포되고 있다"며 "인터넷에 시위 촉구 글을 올렸다는 이유 등으로 잡혀간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현지 통역사 J씨는 "1988년도에도 군부가 죄수를 풀었는데, 지금 들리는 이야기들은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라면서 "당시 주민들이 화를 참지 못해 폭행·살인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걸 빌미 삼은 군부는 폭동을 막고 사회를 안정시킨다는 논리로 집권을 정당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를 잘 아는 시민들은 폭력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거주하며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는 미얀마인 작가 찬 미어미어 떠는 "우리는 이번이 민주화의 마지막 기회라고 믿고 있다" 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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