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내부서 불거진 레임덕 신호탄..文대통령의 진퇴양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임명 40일 만에 밝힌 사의를 대통령이 반려하고 다시 민정수석은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18일에도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설명한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과 그 배경이 별다른 수습 국면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 수석이 18일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 변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신 수석이 오늘 아침 출근해서 오늘 내일 이틀동안 휴가원을 냈다"면서 "숙고의 시간을 가진 후에 월요일날 출근하실 예정인데 그때 뭐라고 말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사의를 철회하고 그간의 언론 보도와 분석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말끔하게 해명하지 않는 이상,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추윤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신현수-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갈등에서 출발한 이번 사태는 그것과 결이 완전 다른 성격을 지닌다. 개혁 대상의 반발과 정권의 압력 수준을 넘어 청와대 내부로부터 불거진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혼돈의 상황을 이해하려면 3개 ‘미스터리 축’에 접근해야 한다. 신 수석 사의의 진짜 이유와 박 장관의 검찰 인사 발표 진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정치 스탠스’다.
청와대 임명 발표가 이뤄진 지난해 12월31일 상황은 신 수석의 최근 행보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열쇠이다. 신 수석은 당시 "어려운 시기에 소임을 맡게 됐다"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라는 설명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사법연수원 제16기인 신 수석은 윤 총장(연수원 23기)의 검찰 선배다. 여권과 검찰의 갈등 조정자로 주목받은 이유다. 신 수석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등을 뼈대로 한 법무부 검찰 인사안에 제동을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역할론의 한계는 결국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 수석 사의 표명 사실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박 장관 행보에 제동이 걸린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조율이 끝난 것처럼 검찰 인사안을 포장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도 관심 사안이다.
문 대통령의 검찰 인사안을 재가한 배경도 관심의 초점이다. 박 장관과 신 수석의 조율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재가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청와대 시스템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인사 문제에 대해 제청권자나 참모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라며 "이견이 심각하지 않고 현재 상태로 잘 수습해서 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재가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신 수석 사의를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4·7 재·보궐선거’라는 정치 일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검찰 인사 논란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교체하는 상황이 올 경우 ‘윤석열’ ‘조국’ ‘추미애’ 등의 키워드가 선거를 앞두고 이슈로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여권은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토대로 민심의 훈풍을 몰고 오는 정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선거판의 큰 줄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이미 여권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청와대를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원회는 오는 26일 상임위를 열 예정인데 신 수석 출석 여부는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대통령 최측근 핵심의 반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26일 청와대 대상 운영위에 민정수석을 출석시켜 그간의 경위와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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