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상을 부친상 속여 부의금 받은 공무원 "아버지처럼 생각"

최은경 2021. 2. 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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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송파구청 공무원, 왜 부친상이라 속였나
일러스트=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숙부상을 부친상이라고 알려 직원들에게 부의금을 받은 50대 공무원에 대한 징계수위가 서울시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6급 이하 공무원의 징계는 구청이 자체적으로 결정하지만 이 공무원이 소속된 송파구는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해 서울시에 징계를 요청하기로 했다.

송파구는 18일 “이르면 이번 주 중징계 의견으로 구 소속 공무원 A씨에 대한 징계를 서울시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징계 요청 사유는 품위 유지 위반, 사기 등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5급 이상만 서울시 징계를 요청하는데 A씨는 직급이 낮아도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송파구, 서울시에 중징계 요청 예정

송파구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말쯤 송파구 공무원노조 게시판에 부친상 부고를 직접 올렸다. 동료들은 부의금을 내 조의를 표했으며 일부는 다른 지역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하지만 며칠 뒤 직원들 사이에서 “A씨의 아버지가 오래전 돌아가셨다고 들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부친상이 아니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구 감사담당관이 조사에 착수했고 A씨가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알린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왜 숙부상을 부친상 부고라고 올렸을까. 그는 조사에서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숙부님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살았다. 키워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평소 생활비를 드렸으며 장례비용도 부담했다는 것이 A씨 설명이다.

[사진 송파구청=뉴스1]


“A씨 부의금 돌려주겠다고 말해”

송파구 관계자는 “아버지가 아닌데 아버지라고 한 것은 사기로 보여 징계 요건이 된다”며 “일부러 직원들을 속인 행위는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도덕성을 지키지 못하고 품위를 손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5일 동안 부친상 경조 휴가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숙부상은 경조 휴가일이 하루다. 숙부상으로 받은 부의금은 1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직원들에게 부의금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개인 간 오고 간 돈이라 A씨가 스스로 부의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구 차원에서 환수할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알린 것에 대해 송파구청 공무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직원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모두 부친상인 줄 알았다. 숙부상은 보통 직원 게시판에 안 올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공직생활 30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했다.

송파구는 내부 징계 외에도 A씨에 대한 민·형사상 조치도 검토 중이다. 송파구 감사담당관 관계자는 “가감 없이 합당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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