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못따라가는 공시지가, 고분양가 아파트는 웃는다
[신상호 기자]
▲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이곳에는 23개동 2,990세대(지하 4층에서 최고 지상 35층)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
ⓒ 권우성 |
최근 서울 서초구가 승인한 래미안 원베일리의 토지 분양가는 3.3㎡당 4601만원. 이 단지 용적률(299%)을 감안하면, 순수 토지의 분양가는 3.3㎡당 1억5183만원이다. 그런데 세금 책정의 기준인 공시지가는 분양가의 49.5%(3.3㎡당 7,52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가 주장하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68.4%)보다 훨씬 낮다.
올해 서울의 주요 아파트 공시지가가 시세의 30%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시지가가 시세의 70% 가까운 수준이라는 정부 주장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8일 서울 지역 표준지 아파트 85개 단지(25개 자치구)의 공시지가와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아파트 시세는 국민은행과 다음 부동산 시세 자료를 썼고, 토지 시세는 건물 노후도에 따른 건축비와 용적률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
올해 표준지 아파트 공시지가, 시세의 30.7%로 더 낮아져
조사 결과, 85개 아파트 공시지가는 시세의 30.7%에 불과했다. 정부가 밝힌 올해 공시가격 시세반영률(68.1%)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취임 때인 2017년 경실련이 조사했던 시세반영률(39.3%)보다 9%p나 떨어진 것이다. 이 아파트들의 올해 평균 시세는 3.3㎡당 8328만원이었지만, 공시지가는 평균 2554만원에 불과했다.
▲ 서울시 자치구별 표준지 아파트 시세반영률 |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시세반영률이 10%대인 곳도 수두룩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두산의 경우, 토지시세는 1억362만원, 공시지가는 1898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18.3%에 불과했다. 성동구 한강한신(18.9%), 동대문구 답십리 래미안위브(19.0%), 금천구 롯데캐슬골드파크(19.1%), 강북구 번동솔그린 (19.1%) 등도 시세 반영률이 10%대에 머물렀다.
경실련 조사에서 시세반영률이 낮은 것에 대해 정부는 건물이 없는 나지 상태에서 결정한 가격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즉 건물이 없다고 가정하고 가격을 책정하다보니, 시세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실련은 "엉터리 해명"이라며 "나지 상태로 공시지가를 산정하라는 것은 건물로 인해 토지 가치를 제한하지 말라는 것이고, 오히려 가격이 더 높아져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래미안 원베일리 등 현재 건물이 없는 '나지' 상태인 아파트 공시지가도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토지 분양가가 3.3㎡당 4601만원(세대별), 용적률을 고려한 순수 토지 가격은 3.3㎡당 1억5183만원이다. 그런데 원베일리 공시지가는 분양가의 49.5%(3.3㎡당 7520만원)에 불과하다. 건물이 철거된 개포주공 1단지와 둔촌주공 아파트도 경실련 조사에서의 시세반영률은 각각 33%, 51%에 불과했다.
분양가는 시세를 반영한 감정평가를 통해 비싸게 받으면서도, 낮은 공시지가 덕에 세금을 적게 내고 있는 것이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정부가 공시지가를 책정할 때, 원베일리와는 동떨어진 잠원동 아파트를 시세 기준으로 삼았는데, 이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토부는 표준지 가격 조사 결정권을 독점하면서, 자료 비공개와 엉터리 변명으로 과세 기준을 왜곡하고 불로소득 사유화를 조장하고 있다"며 "엉터리 현실화율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정작 자료 산출 근거와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짓 공시가격으로 탈세를 허용해준 관료에 대해선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 결정권을 광역 단체장에게 넘기고, 모든 부동산에 대해 올바르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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