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만든 미 극우 논객 러시 림보 사망

윤현 2021. 2. 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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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대변자' 활약하다가 극우주의 변질.. 트럼프 "존경한다"

[윤현 기자]

 2019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러시 림보.
ⓒ 백악관 공개사진
 미국의 극우주의 논객이자 유명 방송인 러시 림보가 사망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각) 폐암으로 투병하던 림보가 70세를 나이로 숨졌다고 그의 가족이 발표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사회에서 러시 림보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등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의 칭송을 받은 데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들어낸 인물로도 불린다.

대학을 1년 만에 중퇴하고 지역방송국의 라디오 진행자(DJ)로 방송계에 입문한 림보는 거칠고 극단적인 표현을 즐겨쓰며 보수층의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 1987년 미 연방통신위원회가 방송의 공정성 원칙(Fairness Doctrine)을 폐지하면서 그의 등에 날개를 달아줬다.

유색인종, 여성, 성소수자 등 약자 공격한 음모론자 

림보는 자신의 이름을 건 라디오쇼에서 민주당과 진보층을 비난하며 보수주의 이념을 전파했다.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정치 논객으로 떠오르며 미국의 정치 토크쇼는 림보의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림보를 자신의 대선 승리를 도운 일등공신으로 꼽으며 "정통 공화당의 대변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진보층에서도 그의 방식을 따라한 논객들이 등장해 반격에 나섰지만, 림보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림보는 자신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더욱 극단적이고, 혐오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대중을 자극했다. 더 나아가 그의 방송은 가짜뉴스와 음모론 등 비이성적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그는 여성을 악의적으로 폄하하는 '페미나치'(feminazi)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으며, 파킨슨병에 걸린 영화배우 마이클 폭스를 "몸을 떠는 것이 일부러 약을 안 먹었거나 연기하는 것 같다"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림보의 몰지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는 2012년 미 조지타운 법대에 다니던 대학생 샌드라 플루크와의 논쟁이다. 그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정부의 여성 피임약 지원을 요청하는 플루크를 '난잡한 계집(slut)', '매춘부(prostitute)' 등 원색적인 단어로 비난했다. 

당시 발언으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 비판에도 꿈쩍 않던 림보는 자신의 라디오쇼 광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나서야 "유머러스하게 말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 전달됐다"라며 성의 없는 사과를 했다.

또한 진보층을 넘어 유색인종, 여성, 성소수자, 이민자 등 자신의 이념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며 미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 

"트럼프, 림보가 만든 프랑켄슈타인"
 
 미 우익 논객 러시 림보의 사망을 보도하는 CNN 갈무리.
ⓒ CNN
 
공화당의 황금기가 끝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자 위기감을 느낀 림보는 보수를 넘어 사실상 극우주의로 엇나갔다. 그는 강경 보수층의 불만을 자극해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권을 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림보를 자신의 멘토 격으로 내세웠고, 지난해 2월에는 반대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시민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기도 했다.

CNN은 "림보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림보가 만든 프랑켄슈타인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림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미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그가 남긴 정치적 유산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라며 "이는 그가 미국 사회에서 분열의 상징(symbol of division)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림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라디오쇼와 정치를 변화시키고, 지금의 공화당을 만드는 데 기념비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두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림보의 지칠 줄 모르는 헌신에 감사한다"라며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든 싫든 간에 나는 그를 존경했다"라고 애도했다.

이어 "림보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했다"라며 "나도 우리가 크게 이겼다고 본다"라고 여전히 대선 결과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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