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중 與의원들의 檢수사 박탈법..중대범죄수사청 논란

김수민 2021. 2. 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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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 무엇이 문제인가 ①
황운하·김남국·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주축인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는 이날 오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제정안) 발의했다.

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법안이 ‘의원들의 형사책임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의 핵심이 검찰 수사권 박탈인데,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의원들이 발의자로 대거 참여한 탓이다. 이에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법률을 입법하는 건 ‘이해상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개혁’ 與 인사들, 수사 받거나 재판받거나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안에 참여한 의원 다수는 이미 검찰 수사로 재판에 넘겨졌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황운하 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더 2018년 ‘청와대의 김기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대 1기로 대표적인 검찰개혁론자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경찰수사권조정팀장이었고, 검·경 수사권 갈등 대표 사례로 꼽히는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의 초기 지휘라인이었다.

심지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당시 가짜 사실을 유포해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있는 최 의원 관련 고발 사건만 ▶허위 인턴확인서 대가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취임 의혹 ▶검사 세평 수집 의혹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입장문 가안유출 의혹 등 수두룩하다.

김남국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를 규탄하며 여러 차례 촛불집회를 열었던 시민단체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개국본)의 사기 및 기부금품법 위반 고발 사건과 과거 성적 비하 발언이 나온 유료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성비하 발언을 했다는 의혹(정보통신망법 등) 고발 사건의 피고발인이다.

중대범죄수사청 법안 발의 의원들의 수사 및 재판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중대범죄수사청을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라고 거듭 극찬한 조국 전 장관 역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가족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각각 재판 중이다.

이를 놓고 법조계 관계자는 “이들은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 등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는 전제로 수사권 박탈을 주장한다”며 “그런데 정작 조 전 장관 아내인 정경심 교수는 법정구속, 최강욱 의원은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래도 검찰 수사가 잘못된 것이냐” 고 황당해했다.


‘검찰개혁’ 1달 뒤에는…與‘검찰 폐지’?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이른바 ‘검찰개혁’이 채 정착하기도 전에 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들고 나온 것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야당 의원들이 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에서농성 중이다. 김경록 기자
지난 2018년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1월부터 시행된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부패범죄, 경제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공직자 범죄,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검찰이 가진다. 검찰과 경찰 간 오랜 줄다리기와 여야의 진통 끝에 가까스로 통과된 법안이다. 그런데 시행 한 달 만에 다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꺼내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조국 전 장관 역시 민정수석이였던 지난 2018년에는 “이미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직접수사를 인정하겠다”고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 차장검사는 “국가적 인력 낭비이자 예산 낭비”라며 “형사사법 체제의 틀이 바뀌었는데 적어도 이를 정착시키는 것이 1순위가 돼야하는 것 아닌가. 최소한 해방 때도 형사사법제도 변화에는 신중했다. 국민 기본권에 끼치는 영향 때문”이라고 쓴소리했다.


‘적폐수사’ 때는 맞고, 원전 이후에는 틀리다
이에 중대범죄수사청이 대두된 배경 역시 사실상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이 ‘원전비리’ 수사로 청와대를 겨냥했기 때문에 이같은 이슈가 다시 떠올랐다는 비판에서다.

검찰은 지난 4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진노하면서 청와대 기류도 확 바뀌었다고 한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운영법 제정안 발의 역시 4일 뒤인 지난 8일 발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左), 최순실(右). [연합뉴스]


이제껏 ‘중대범죄’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함께 담당해왔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표적 적폐 수사로 손꼽히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수사 역시 검찰이 공소유지까지 담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 고위 검찰 간부는 “적폐수사를 할 때는 ‘잘 드는 칼’이었던 검찰 위상이 왜 이렇게 추락했는가”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근간에 있다는 의심이 맞다면 이는 ‘개혁’이 아닌 ‘사적보복’”이라고 꼬집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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