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원인, 2018년 은마아파트에서 벌어진 일

송기균 2021. 2. 18. 0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 용역 연구 공개-서울 4개 단지 아파트 등기부등본 분석] 임대주택등록제가 불러온 비극

[송기균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밝히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8일 한국도시연구소는 국회사무처의 용역의뢰를 받아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단지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의 강남, 강북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4개 단지, 총 1만 1155호의 소유권과 실거래가 등을 분석한 결과는 아파트 가격 급등의 원인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연도별 가격상승을 분석한 결과에서 눈에 띄는 사실은 4개 단지 모두 '2018년'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2018년 한 해에만 무려 3억 6000만 원(31평 3억 5800만 원, 34평 3억 6265만 원)이 폭등했다. 박근혜 정부 4년간(2013~2016년)의 상승폭 3억 4000만 원보다 더 올랐다.

문재인 정부 4년간 무려 8억 2000만 원(31평 7억 8759만 원, 34평 8억 5738만 원) 상승했는데, 특히 2018년 무섭게 폭등한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사실은 가격이 폭등한 2018년 은마아파트의 거래량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급등하면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고, 따라서 거래량이 급증한다. 그런데 2018년 은마아파트 거래량은 146채로, 2017년 거래량 322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우 희한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가격은 폭등했는데 거래는 급감한 희한한 상황
 
 은마아파트는 문재인 정부 4년간 무려 8억 2천만 원(31평 7억 8759만 원, 34평 8억 5738만 원) 상승했는데, 특히 2018년 무섭게 폭등했다.
ⓒ 연합뉴스
  
왜 가격이 4억 원 가까이 폭등했는데도 집주인들은 집을 팔지 않았을까? 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말 은마아파트의 실거주 비율은 35.2%였다. 전체 4421채 중 약 3000채가 실거주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혹은 투기목적의 주택 소유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 폭등하는데도 집을 팔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그 특별한 이유는 바로 '임대주택 등록'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13일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을 발표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만 하면 모든 세금을 거의 안 내게 해주겠다고 공표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홍보영상을 통해 "정부가 세제와 금융혜택을 준비했으니 다주택자분들은 보유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한 발언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은 실로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재산세를 50~100% 감면하고, 임대소득세를 약 90% 감면해준다. 종부세는 전액 감면하고,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도 10년 임대할 경우 100% 감면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도 임대주택 소유주들에게는 무려 80%를 감면해줬다.

2018년 한 해에만 은마아파트는 무려 162채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었다. 참고로 그해 거래량은 146채였다. 거래량을 뛰어넘어 임대주택이 등록된 셈이다. 김현미 장관이 권유한 대로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함으로써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주택을 추가로 매수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세금특혜로 다주택자의 매도는 급감하고 추가 매수가 발생했으니, 집값이 폭등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다주택자, 매도 대신 추가 매수하며 임대주택 등록
  
 2017년 12월 13일,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정부가 세제와 금융혜택을 준비했으니 다주택자분들은 보유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가격이 폭등한 2018년 한해에만 은마아파트는 무려 162채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었다.
ⓒ 연합뉴스
 
이런 현상은 분석 대상인 아파트 단지 4곳에서 동일하게 발생했다. 마포 래미안 아파트는 2018년 한 해에만 24평형은 2억4000만 원, 34평형은 3억 9000만 원이나 폭등했는데, 이는 2016~2017년의 2년간 상승폭의 약 2.5배에 달했다. 2018년 거래량은 150채로 전해인 2017년 거래량 312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해 래미안 아파트 단지에는 127채의 임대주택이 등록되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추가로 매수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했고, 그 결과 가격이 폭등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해인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가 '8.2 대책'에서 양도세 중과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당시 청와대 수석이었던 김수현은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을 팔 기회를 드리겠다"라며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인 12월에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세금특혜를 제공했다.

앞에서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뒤로는 양도세 중과는커녕 '전액 면제'라는 특혜를 베풀었다. 문재인 정부의 제스처를 믿고 내집마련을 미룬 무주택자는 '벼락거지'가 되고, 세금특혜를 노리고 주택투기에 뛰어든 다주택자들은 '벼락부자'가 되었다.

벼락부자와 벼락거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의 영향은 비단 아파트 가격 폭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향후 아파트 가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2020년 '7.10대책'에서 아파트 임대주택의 만기가 도래하면 임대등록을 종료하여 세금특혜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만기도래하는 아파트가 종부세 부담 등으로 인해 매도가 나오고, 그 결과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상당기간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다.

임대주택등록제는 4년 단기임대와 8년 장기임대의 두 유형이 있는데, 4년 단기임대는 미미하고 대다수가 8년 장기임대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는 전체 284채의 임대주택 중 77.8%가 장기임대이고, 마포 래미안은 장기임대가 79.6%다.

2018년에 주택을 매수한 이들은 2026년이 되어야 임대기간이 만료되므로 그때까지 종부세 전액 감면 등 엄청난 세금특혜를 누린다. 그런 세금특혜를 포기하면서 매도할 임대사업자는 없을 것이므로 이들 단지의 매도는 급감할 것이고, 아파트 가격의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용역보고서 "임대주택등록제는 존치할 이유가 없음"
 
 문재인 정부의 제스처를 믿고 내집마련을 미룬 무주택자는 '벼락거지'가 되고, 세금특혜를 노리고 주택투기에 뛰어든 다주택자들은 '벼락부자'가 되었다.
ⓒ 연합뉴스
 
청와대와 여당은 엄청난 세금특혜를 제공하면서 임대주택제도를 유지해야 할 이유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다. "전월세 안정"이니 "세입자의 주거안정" 등을 이야기하지만, 이런 긍정효과는 거의 없거나 있어도 미미하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이준구 명예교수는 "이 제도의 긍정적 효과는 거의 영(0)에 가깝다"라며 "정부는 아무 실익도 없는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조원의 조세수입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놓은 정책제안은 매우 단순하다.

"등록임대주택 소유주에 주어지는 과도한 세제혜택이 (7.10대책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어, 수억원에 이르는 불로소득이 제대로 과세되지 않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

"임대주택등록제는 존치할 이유가 없음. 아파트 외의 주택유형에서도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을 폐지할 필요가 있음."

이 연구소는 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므로 이에 대한 세금특혜를 전면 폐지하고, 모든 주거 유형에 대한 임대주택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다.

사실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집값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연구 결과가 명확하게 보여주듯 임대주택에 대한 엄청난 세금특혜를 폐지하지 않으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폭등한 가격에서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 시민의 절반이 넘는 무주택자들이 극심한 고통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멈추기 위해서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제도가 신속하게 폐지되어야 한다. 객관적인 분석과 정책제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받아든 국회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매우 궁금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