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배터리 전쟁 이긴 LG..한국선 잇단 화재 사고로 골머리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벌어진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에서 완승하고도 맘 편히 웃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LG 배터리를 단 차량의 화재 사고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승용차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다 최근에는 버스에도 불이 났다. 정부가 조사에 나선 가운데 차량 화재 원인이 배터리에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LG는 향후 수주에 어려움은 겪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1조원대의 처리 비용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주행 중 불 난 전기버스…이번에도 LG 배터리
17일 현대차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남 창원에서 현대차가 만든 전기 시내버스가 주행 중 불이 났다. 해당 버스는 2019년 현대차에서 제조한 일렉시티였다.
버스는 차고지로 이동하던 중 배터리가 있는 지붕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은 전소했지만 당시 승객이 없어 확인된 인명 피해는 없다.
버스는 불이 나기 전 파워 릴레이 어셈블리(PRA)라는 배터리 관련 부품 수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는 전기차 주행 중 발생한 첫 화재다. 버스에는 LG 배터리가 탑재됐다.
자동차안전연구원과 소방서는 정비내용과 배터리 결함 여부 등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섰다. 현대차도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LG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화재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LG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EV)에서는 지난해부터 총 15차례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코나 EV는 현대차가 2018년 출시한 전기차다. 올해 1월까지 국내 11건, 해외 4건 등의 화재 사고가 났다.
이에 지난해 10월 현대차는 2017년 9월∼2020년 3월에 생산해 전 세계에 판매한 7만7000여 대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했다. 이 BMS를 통해 배터리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배터리를 바꾸는 리콜을 했지만, 이후에도 화재는 계속됐다.
화재 원인을 조사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배터리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벌여 대략적인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기버스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자, 연관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LG 결함일 경우 막대한 손해 불가피
계속되는 배터리 화재사고는 LG에너지솔루션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차량 화재 원인이 배터리에 있다면 향후 배터리 수주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코나 EV만을 따졌을 경우,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당장의 처리 비용도 문제다.
업계는 조심스럽게 화재 원인을 LG 배터리 결함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코나 EV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하자,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화재 원인에 대한 합동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차량 충전 완료 후 코나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의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LG는 곧바로 국토부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LG는 "국토부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다"며 발표 일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당시 발표는 지난 2018년부터 코나 EV에 화재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국교부 산하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이 1년 넘게 조사를 해온 상황이었다.
따라서 곧 있을 국토부 공식 발표도 배터리 문제라고 판명 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 관계자는 "아직 화재 원인이 안 밝혀진 상황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국토부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연이은 화재사고 등 '안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E-GMP 공급사 선정에 LG에너지솔루션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는 이달 내로 E-GMP 3차 공급사 발표를 앞둔 상태이다. 1차 수주는 SK이노베이션에게, 2차는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을 선택한 바 있다. 3차 배터리 물량은 약 20조원으로, 역대 E-GMP 배터리 발주 중 최대 규모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인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중국CATL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규명해봐야 알겠지만, 안정성으로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은 확실히 LG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라며 ""안정성 논란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LG는 3차 공급은 물론 4차에도 배제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2014년 제네시스DH에 장착된 한국타이어 제품의 소음 논란으로 4만3000대가 리콜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타이어 공급사를 한국타이어에서 콘티넨탈·미쉐린·금호·넥센 등으로 다각화한 바 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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