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조카, 물고문 뒤 난 고열에 '코로나19' 증상 검색만

천금주 2021. 2. 1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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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서 10세 조카에게 ‘물고문’ 등 학대를 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에게 살인죄가 적용된 가운데 숨진 조카는 학대당한 직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코로나19’와 ‘결막염’ 등을 검색하며 증상을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숨진 조카는 이모네 집에 맡겨진 후 한번도 병원에 방문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용인동부경찰서 조사 결과 숨진 A양이 이모 부부에게 물고문을 당한 뒤 자신의 휴대전화로 ‘코로나19’와 ‘결막염’ 증상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양은 이모네 집에 머문 뒤 병원을 방문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A양 유족들은 “학대로 몸 상태가 나빴던 아이가 병원도 못 가고 홀로 증상을 검색했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경찰은 당초 이모 부부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가 지난 17일 검찰에 송치할 때는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조카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인지한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학대하면 아이가 숨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학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사망 당일인 이달 8일까지 20여 차례 이어졌다.

이들 부부는 “플라스틱 막대 등으로 온몸을 수십 차례 때렸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사망 당일 자행한 ‘물고문’도 지난달 24일 한 차례 더 있었다. 이모가 A양의 양손과 발을 끈으로 묶은 뒤 이모부가 발을 붙들고,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어가며 10~15분간 물 속에 넣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경찰은 A양의 친모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15일 입건했다.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이모는 친모에게 ‘아이가 말을 안 들어 때렸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이모 부부는 지난 8일 오전 9시30분부터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 자신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조카 A양이 말을 듣지 않고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파리채 등으로 폭행하고 물고문 등의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이날 A양이 숨을 쉬지 않자 같은 날 낮 12시35분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심정지 상태이던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과 구급대원은 A양의 몸 곳곳에 난 멍을 발견,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경찰은 이들 부부로부터 “아이를 몇 번 가볍게 때린 사실은 있다”는 진술을 받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들을 상대로 A양의 사망 경위를 캐물었고 이모 부부는 결국 물을 이용한 학대와 폭행 사실을 털어놨다. 계속된 조사에서 경찰은 이들 부부로부터 지난해 12월부터 A양을 폭행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A양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1차 소견은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물고문’과 그 전에 이뤄진 폭행이 쇼크를 불러온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이유로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에서 살인으로 혐의가 바뀐 이모 부부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신원공개 대상이라고 판단, 전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위원회는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부의 신상이 공개되면 부부의 친자녀 3명과 A양의 오빠 등의 신상도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A양의 친모는 2018년 남편과 이혼한 뒤 2019년 9월부터 A양을 홀로 키워왔다. 친모는 지난해 11월쯤 “이사와 직장문제 등으로 아이를 부탁한다”며 언니 부부에게 육아를 맡겼었다. 이후 A양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부부가 자신들의 친자녀도 학대했는지 등 추가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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