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정황에도 조치 안 한 軍..윤상현 "양말구멍도 아니고.."

천금주 2021. 2. 1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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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군 당국이 지난 16일 동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검문소 일대에서 북한 남성 1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 남성이 상륙 후 5㎞를 버젓이 걸어오는 동안 군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군의 경계·감시망이 또 뚫렸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20분쯤 동해 민통선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북한인 추정 남성 1명이 CCTV에 포착됐다. 이에 군은 작전 병력을 투입해 3시간 뒤인 오전 7시20분쯤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군은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가 해제했다.

20대 초반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남하 과정과 귀순 여부 등 세부 사항에 대해 관계 기관 공조 하에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해당 지역의 해안 경계를 포함해 경계태세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 남성이 육상뿐 아니라 해상으로 넘어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해상으로 왔을 가능성 등을 포함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대는 작년 11월 북한군 남성의 ‘철책 귀순’과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있었던 곳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남성이 동해 민통선으로 월남하는 동안 군의 경계 작전이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합참에 따르면 이 남성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3㎞ 지점인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에서 발자국과 오리발, 잠수복이 발견돼 바다를 헤엄쳐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해안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해 7번 국도를 따라 5㎞ 거리를 버젓이 걸어 남쪽으로 내려왔고 16일 새벽 4시20분 민통선 검문소 CCTV에 포착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 남성이 머구리 형태의 고무 재질 잠수복 차림이었으며 추운 날씨 바다에 뛰어들었다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보조 장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철책이나 해안지역에서 수㎞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으로 이동할 때까지 군은 몰랐다는 점이다.

합참 작전본부장 박정환 중장은 YTN에 “미상 인원이 해안으로 상륙한 이후 감시 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지만 해당 부대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또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가 훼손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합참은 경계 작전 요원과 경계 시설물 관리 등 해안 감시와 경계 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식별됐다고 평가했고 서욱 국방장관은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후속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말에 비유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뚫렸다. 양말 구멍이 아니라 보안 구멍이 또 뚫렸다”며 “지난해 11월 4일 강원도 고성 최전방 철책이 뚤린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어 “오늘(16일)은 강원도 동해안 최전방 경계망이 뚫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지역의 오늘 새벽 날씨가 약한 눈발에 2m 파고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엔 군 당국이 경계 실패를 날씨 탓으로 돌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이제부터 해안 경계의 안전 여부는 기상청에 물어보면 된다”고 조롱한 윤 의원은 “더구나 이 남성이 붙잡힌 곳이 민통선(민간인통제선) 검문소 인근이라고 하니 해안으로부터 최소 수㎞를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걸어서 이동했다는 게 된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이어 “군이 민통선 검문소 CCTV에서 이 남성을 식별 후 신병을 확보하는 데 3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혹시 동네 주민들이 차에 태워 데려오더라도 이상할 상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최전방 경계망이 뚫리고, 초동 조치도 엉망이고, 가히 무방비의 극치”라고 한 윤 의원은 “이것이 특수부대의 무장침투였다면 우리는 지금 수습하기 어려운 대혼란 속에 처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남 탓 전문 정부에 또 무엇을 부탁하기도 지치지만, 잃은 소는 그렇다 치고 다 부서진 외양간 처지가 된 이 나라 안보태세를 수선하는 일이라도 제발 좀 잘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군의 최전방 경계망이 반복적으로 뚫리고 있는데, 이런 군을 정말 계속 믿어도 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에 “참담하다. 군이 감시하는 동해안 철책이 또 뚫렸다”는 글을 싣고 2012년 ‘노크귀순’, 작년 11월 ‘월책귀순’ 사건을 소환한 후 “이번에도 같은 경계망이다.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는 황당함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일반인의 귀순이 아니라 특수부대의 무장 침투였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발각된 것만 이 정도이지 혹시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며 “‘전투에서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서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안보에서의 무능은 국민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고 한 원 지사는 “반복되는 경계 실패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납득할 만한 설명과 대책을 마련하고, 보다 강력한 안보태세 확립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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