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침해"VS"공공의 이익"..변창흠이 쏘아올린 토지수용 논란

한은화 2021. 2.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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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공급대책을 둘러싼 논쟁
새로운 개발 방식 꺼내든 속내는
1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건물 외벽에 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가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공주도로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2ㆍ4대책은 정부의 표현대로 '새로운 모델'이다. 지금까지 정비사업에 공공이 개입해 관리자 역할을 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번 대책은 차원이 다르다. 공공이 민간의 땅을 수용해 땅 소유권을 갖고 사업을 시행한다. 정부는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 지금까지와 다른 법 근거를 갖고 오고, 기존 법도 많이 개정할 참이다.

특히 역세권 등을 개발해 20만 가구를 공급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경우 외곽의 신도시 개발에 쓰던 ‘공공주택특별법’(공특법)을 토대로 한다. 통상적으로 도심개발을 할 때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근거로 하는 것과 다르다. 물론 선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법 적용에는 이유가 있다.


①공공이 땅 소유권을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국토교통부 2021년 업무보고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공특법은 공공이 미개발 택지를 수용해 개발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민간의 소유권을 그대로 두고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도정법과 개념이 전혀 다르다. 공특법은 당초 공공택지에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분양도 가능하게 바뀌었다. 통상 3기 신도시처럼 신도시를 개발할 때는 공특법을 토대로 한다. 지구 발표 전까지 기밀로 유지하고 이후 토지주 동의 절차 없이 땅을 전면 수용해 공공택지로 바꾼다. 공공 입장에서는 법에 기초한 정당보상을 통해 소유권을 수용하는 것이고, 토지주는 소유권이 헐값에 넘어간다고 반발할 수 있다.

공특법은 그동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같은 미개발 택지에 적용해온 터라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를 이해관계가 복잡한, 도심의 금싸라기 땅 개발에 적용할 계획이다. 민간 땅을 수용해 공공의 땅으로 만들어 신도시 개발하듯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이 첫 사례다. 이곳은 기존 공특법을 적용한다. 주민 동의를 받지 않아 “사유재산 침해”라는 반발이 심하다. 그래서 7월 내 후보지를 정할 예정인 도심공공주택복합 사업에는 개정한 법을 적용한다. 기존 공특법에는 없는 토지 등 소유자(3분의 2)의 동의 절차를 넣고, 사업지에 살지 않는 다주택자에게도 입주권을 준다는 방침이다.


②공공의 수용권은 선한가

지난해 12월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 관계자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020 부동산투기(조장)꾼 시상식 및 무주택자 철거민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ㆍ4대책에는 수용권이 전방위로 등장한다.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공 직접시행정비사업(재건축ㆍ재개발)도 땅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도정법을 개정한다. 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도시재생을 통한 주거공급에도 수용권이 등장한다.

모든 수용 절차에는 조합원이나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기존 정비사업(4분의 3 동의)보다 동의율이 낮다. 동의율을 기존 정비사업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3분의 1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냥 사업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끝까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빠른 사업 시행이 관건이라 끝장 협의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사유재산 침해 논란에 정부는 '공공의 이익'과 '정당보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이 주도하면 사업을 빨리 할 수 있고, 토지주에게 기존 사업 대비 10~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줄 수 있으며, 민간 주도와 달리 공공성을 띄기에 세입자부터 소유주까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개발사업에서 정당보상은 늘 갈등의 씨앗이 됐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토지주는 땅의 미래 개발이익까지 바라보지만, 공공 수용자는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현재 가치로 배상하기 때문에 토지주 입장으로 보면 정당보상일 수 없고 갈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③공공은 만능인가

LH 본사 사옥. [중앙포토]

정부는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 개발이 쉽지 않았던 도심의 땅이기에 공공만이 개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업 시행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 주택공사(SH공사)다. LH는 실제 이를 위해 인력 채용도 크게 늘렸다. 하지만 LH의 지난해 기준 부채는 131조원이고, 2·4 대책에 따른 매입 전세 등을 하게 되면 2024년 부채가 20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년 전 LH가 정비사업에서 공공관리자로 역할을 하겠다며 뛰어들었다가 난데없이 포기선언을 한 전력도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LH는 2010년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중동1구역ㆍ금광1구역, 수정구 신흥2구역, 수진2구역 등 4곳(총 66만8314㎡)에서 하던 공공시행 정비사업을 중도 포기했다. 주민갈등이 심하고,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사업성만 중시하는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비효율성이 내재화된 공기업이 첨예한 이해관계를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야 하는 정비사업을 맡아 잘 끌어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④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주택 공급 부지확보 물량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합동]

지자체와의 협의 문제도 있다. 서울에서 5000㎡ 이상의 역세권ㆍ준공업지역, 1만㎡ 이상 저층 주거지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의 경우 이 기준대로라면 도로와 녹지를 빼고, 서울 땅의 60%가 대상지가 된다. “느슨한 지구지정 요건으로 서울 전역이 대상지화가 된다”는 것이 서울시의 불만이다.

특히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가 마련한 도시계획을 토대로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나서서 사업에 맞춰 계획하는 구조여서 그렇다. 공급해야 할 주택 수뿐 아니라 고밀 개발 시 주차난, 교통혼잡, 편익시설 부족, 일조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그동안 생활권별로 나눠 마련한 도시계획의 큰 틀보다 중앙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우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지방자치를 앞세우는 정부라면 지자체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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