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조금 더 마시자" 강남역 오후 9시 '불야성'..코로나 확산 우려도

한승곤 2021. 2. 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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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제한 오후 9시 → 10시 '1시간' 늘어난 조치에 20·30 주점 등 몰려
주점·카페 반색 일부 식당은 손님 없어 자영업자 희비 엇갈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신규 확진자 600명대
16일 오후 10시가 되자 강남역은 근처 상점 방문 후 집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초영 인턴기자]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완화된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16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역 '먹자 골목'에는 이 '1시간'을 더 즐기려는 20~30대 청년들로 북적였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신규 확진자 추이를 보고 방역 조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완화한 조치 효과는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 "1시간이면 매출 100만원 차이…" 손님 물밀듯 쏟아진 '주점·카페'

2년 동안 강남역에서 주점을 운영한 김 모(38)씨는 거리두기 완화로 평소와 차이가 있었냐는 질문에 "차이가 크게 났다"며 "동네 상권 같은 경우는 모르겠지만 이곳은 유동 인구가 많기 때문에 시간당 거의 5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차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 시민들께서 '아 좀 풀렸구나. 이젠 괜찮아지겠구나'라고 생각하시고 평소보다 더 나오신다"며 "오늘 강남역에 유동 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점은 오랜만에 가게를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새로운 손님들이 물밑듯 들어왔고, 몇몇 팀은 자리가 없어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문을 연 한 주점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카페도 평소보다 손님이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페 매니저는 "전보다 확실히 손님이 늘었다"며 "우려와 다르게 완화 효과가 있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금 아쉬운 듯한 느낌이 없진 않다"며 "운영 시간이 조금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페는 커플·친구·공부하러 온 손님 등이 자리를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공부하기 위해 카페를 찾은 대학생 박 모(23)씨는 "자주 오던 카페인데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방문하지 못했다"며 "거리두기가 완화돼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공부할 수 있어 설렜다"고 말했다.

◆ "장사보단 출근에 의미 둬" 텅 빈 '학원·영화관·노래방·식당·PC방'

이날 오후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각 한 대형 어학원에서는 수강생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통상 수업이 종료되는 10시에 맞춰 수강생들은 짐을 싸 우르르 나와야 하지만, 거리두기 단계 완화 조치가 무색하게 수강생은 보이지 않았다.

학원 건물관리인 황 모(65)씨는 "대형 학원인데도 최근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왔다고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학원이 건물 4층부터 10층까지 사용하는데, 수업이 없어 선생 1명과 학생 1명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며 "건물을 방문하는 사람 대부분은 안과와 성형외과 방문객이다"라고 밝혔다.

황 씨는 과거 수강생들로 북적였던 건물 1층의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 엘리베이터가 4대인데, 한창 수강생이 많을 때는 학생들 줄이 건물 밖 길거리까지 이어졌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학생들로 가득한 학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학생들이 많이 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나가던 학생들이 들어와서 학원 팸플렛을 많이 가져가더라"며 "학생들의 관심은 그래도 여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아직 수업 수강은 조심스럽지만, 수업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같은 시각 강남역 CGV 내 매표소 또한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조명이 꺼져 있어 직원의 모습조차 찾기 어려웠다. 과거 손님이 끊이지 않았던 영화관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인근에 있는 메가박스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찾는 손님이 없어 이미 입구는 닫혀있는 상태였다.

강남역 인근의 노래연습장. 취재 당시 7개의 방 중 한 곳에만 손님이 있었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노래방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강남역에서 8년째 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명옥(56)씨는 노래연습장의 운영 제한시간이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된 것에 대해 "전혀 의미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11시30분에 오픈해 지금이 오후 8시인데 세 팀 받았다"며 "완화 첫날인 어제(15일)는 손님이 더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감성 주점이나 헌팅포차 등에 대한 제한도 같이 완화되면서 손님이 다 그곳으로 가 노래연습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주점에 대한 제한 조치가 있을 땐 그래도 손님이 왔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완화 조치와 관련해 그는 "그래도 현행 거리두기 단계는 유지하는게 맞다고 본다. 치료제하고 백신이 완벽하게 갖춰졌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냐. 불특정 다수가 손님인데 당장 나부터 위험하다"며 "물론 영업 손해는 보지만, 사회적으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남역 인근의 한 카레집. 손님이 없어 테이블 대부분이 비어있었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10년 넘게 강남역에서 카레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진(41)씨는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그나마 배달이 조금 있어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매출이 30~40% 정도 감소했다"며 "배달이 늘어도 기본적으로 수수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남는게 많지 않아 매출 부진을 극복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씨의 말 그대로 매장 내에는 빈 테이블이 가득했다.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명의 손님밖에 없었다. 반면 배달 기사들은 계속해서 매장을 드나들며 바삐 움직였다.

강남역 인근의 한 PC방 모습. 최신 장비가 무색하게 자리는 대부분 비어있었다. 사진=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PC방도 손님으로 북적이지는 못했다. PC방 직원 채현진(23)씨는 "사장님께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는 말씀을 그간 많이 하셨다"며 "근무하는 동안 아직 손님이 크게 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17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600명 대로 올라섰다. 집단 감염도 이어지고 있어 재확산의 불씨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설 연휴 기간 가족 모임에서 시작된 감염이 지역사회까지 전파된 사례까지 나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일 대비 164명 늘어난 621명이라고 밝혔다. 추가 사망자는 4명이며 국내 평균 치명률은 1.81%다. 이날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590명, 해외유입이 31명으로 이 중 서울 247명, 경기 147명, 인천 21명 등 수도권에서 41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16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새로 나왔다.

정부는 신규 확진자 증가 추세를 지켜보고 방역 조처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계속적으로 (유행이) 확산한다면 현재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 제한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완화했던 부분이라든지, 또 단계 조정 같은 부분도 환자 추이에 따라서는 (다시) 검토 가능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초영 인턴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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